2일 서울 마포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하면서 6주 만에 주간 위험도를 ‘중간’으로 올렸다. ‘7차 유행’ 여부는 새로운 우세종 변이가 등장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데, 지난주부터 확진자가 급증한 만큼 이미 새 유행이 시작됐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0월 4주(10월23∼29일)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를 전국·수도권·비수도권 모두 ‘중간’으로 평가했다. 9월18일부터 5주간 ‘낮음’이었으나, 확진자·중환자 병상 가동률 등 주간 사망자 수를 제외한 대응 역량 지표가 전반적으로 나빠진 탓에 위험도를 높였다.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약 3만3332명으로 직전 주(2만4599명)보다 35.5% 증가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같은 기간 1.09에서 1.17로 상승해 2주 연속 1을 넘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당 평균 추가 감염자 수로, 1을 초과하면 유행이 확산한다는 뜻이다.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8.1%에서 23.5%로 증가했는데, 수도권 22.5% 비수도권 26.2% 수준이다.
11월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만명대 중후반까지 증가하고 이날도 신규 확진자가 5만4766명으로 나타나자, 방대본은 “현재 발생은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판단을 내놨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가을이 축제도 많고 단풍 행락철이어서 인구 이동량이나 대면 접촉 증가가 하나의 요인”이라며 “백신·감염으로 인한 면역이 꾸준하게 감소한 영향이 있고 겨울철로 접어들어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이 조성돼 바이러스가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방대본은 새로운 7차 유행 전환 여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세 변이(검출률 50% 이상)가 바뀌지 않아서다. 방대본은 1∼3차 유행까지는 확진자 증가 추이를 보고 유행 시기를 나눴는데, 델타형 변이가 등장한 지난해 7월 4차 유행부턴 어떤 변이가 우세종이 되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1월30일부터 6월25일까지를 5차, 오미크론 세부 변이인 ‘BA.5’형 우세기인 6월26일부터를 6차 유행 기간으로 구분했다. 10월 4주 국내발생·해외유입 확진자 표본 분석 결과, BA.5형 변이가 88.3%로 다수였다. BA.5 세부 계통인 ‘BQ.1.1’형은 1.5%, ‘BQ.1’형은 1.0%였고 ‘BA.2’형 세부 계통 재조합 변이 ‘XBB’형은 0.8%였다. 임숙영 단장은 “(새로운) 특정 변이가 지배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새로운 7차 유행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7차 유행은 이미 시작됐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초기에 특정 변이 100%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고 유행이 증가하면서 변이 비율도 늘어난다”며 “지난주부터 유행이 증가 추세로 전환됐기 때문에 (7차) 유행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BQ형이나 XBB형 변이 우세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초 BQ.1형이나 BQ.1.1형 변이가 유럽 지역에서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싱가포르에선 전체 변이의 60%가 XBB형이었다. 한국도 해외유입 확진자의 경우, BQ.1.1형은 6.0%, XBB형은 2.8%로 국내 감염자보다 점유율이 높다.
새로운 변이 확산에 따라 유행 규모나 정점은 달라지게 되는데, 그 규모는 6차 유행 때보다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우리보다 먼저 (BQ.1 등 오미크론 세부 계통 변이) 유행에 도달한 국가를 보면 유행 크기가 과거보다 크지 않다”며 “전체적인 면역 수준을 고려했을 때 전체적인 유행 규모는 지난번(6차 유행)보다 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