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모습.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46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기관 경고 처분을 내리고 임원 등 3명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건강보험비(진료비) 지급계좌를 직원이 임의로 바꾸는 등 계좌 관리 부실이 무더기로 드러난 데 따른 조처다.
14일 복지부는 지난 9월25일∼10월7일 2주간 건보공단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총 18건의 지적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관리책임에 소홀했던 건보공단 재정관리실장과 전·현직 부장 등 3명을 중징계 수준으로 문책하고, 직원 5명에 경고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임직원 개인에 대한 징계 외에도 지적사항 6건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 처분을, 7건에 대해서는 개선 조처를 통보했다. 기관 경고 처분은 이듬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감점 요인이 되어, 임직원 성과급 등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 최아무개 전 건보공단 재정관리실 팀장(44)은 지난 4월27일부터 9월21일까지 7차례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진료비 지급보류액 총 46억2000만원을 횡령한 바 있다. 건보공단은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되거나 채권압류를 당한 요양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의료급여비 등의 지급을 보류하는데, 최 전 팀장은 이 돈을 자기 계좌로 송금한 것이다. 그는 9월21일 한꺼번에 41억여원을 이체한 뒤 휴가를 내고 필리핀으로 출국해 잠적 상태다.
복지부 감사 결과, 최 전 팀장은 진료비 지급계좌의 등록·확인·해제 권한을 모두 갖고 있었다. 건보공단 업무처리지침은 업무담당자가 압류진료비 지급계좌를 1차로 등록한 뒤 담당 팀장·부장 등이 이를 이중으로 확인하게끔 하지만,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의료복지부·건강관리부 등 다른 부서가 지급 계좌와 액수를 거듭 대조하도록 한 업무매뉴얼도 이행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계좌번호와 예금주가 다르게 입력돼도 지급계좌 등록이 승인되는 시스템 오류 역시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특정 관리자 및 사용자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지 않도록 업무 접근권한 관리체계 전반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 진료비 지급계좌 점검기능 등의 시스템 오류도 조속히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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