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 18일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지 2년 9개월 만에 누적 사망자 수가 3만명을 넘었다. 겨울철 재유행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세를 보이자, 정부는 한 달간 집중 백신 접종 기간을 운영하고 접종 시기가 도래한 요양병원 환자의 외출을 제한하는 등 백신 중심의 방역 전략을 펴고 있다.
2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가 41명 늘어 누적 사망자가 3만31명이라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는 4만6011명 증가한 2655만8765명으로,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은 0.11%다. 첫 2년간 6000명 수준이었던 누적 사망자 수는 오미크론 유행과 방역 완화가 동시에 진행된 올해 3월12일 1만명(1만143명)에서 4월13일 2만명(2만33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바 있다. 감소하는 듯 했던 사망자 수는 ‘BA.5’ 등 오미크론 세부 변이가 우세종이 된 직후인 8월과 10월 중순 이후 겨울철 재유행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2만명을 넘은 지 7개월여 만에 3만명대로 늘어났다.
한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세계에서 35번째로 많지만, 인구당 사망자 수는 전 세계 평균(830.11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9일 기준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보면, 한국은 579.57명으로 일본(388.60명)이나 싱가포르(301.40명)보다 많지만, 미국(3183.75명), 영국(3130.64명) 등 주요국보다 적다. 문제는 최근 증가세다. 주간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1월 1주 차(11월6∼12일) 약 38명에서 지난주(11월13∼19일) 약 53명으로 40% 이상 급증했으며, 10월23일부터 4주간 사망자도 1017명에 달했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도 20일 0시 기준 451명으로 9월21일(494명) 이후 가장 많았다.
정부는 ‘BQ.1.1’ 등 또다른 오미크론 세부 변이 확산까지 유행에 맞물리는 상황에 대비해 21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4주간 ‘집중 접종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위험을 오미크론을 겨냥한 백신 접종으로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부터 요양병원과 시설 입소자 중 3·4차 접종자나 확진 4개월(120일)이 지난 입소자도 개량(2가) 백신을 접종해야 외출·외박이 가능하도록 방역수칙을 조정하기로 했다. 질병청은 누구든 사전예약 없이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물량 공급에 나선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유행 규모나 기간이 여름철 유행 정도가 되더라도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률이 이전 유행과 비교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질병청을 넘어 복지부나 행정안전부가 나서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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