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감기약(감기 증상 완화제) 중 해열진통제로 시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제에 대해 긴급생산 명령을 발동했다. 이 약의 품귀 사태가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에 약국 모습. 2022.12.14 연합뉴스
올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겹쳐 감기약 품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해열진통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제에 대해 긴급생산·수입 명령을 발동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원료를 쓰는 제약사들이 많아 국내 수급이 불안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긴급 생산·수입 명령’ 공고를 내고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650㎎) 고형제 품목을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 18개 제약사에 긴급 생산·수입 명령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식약처의 이런 조치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긴급생산·수입명령과 유통개선 조치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으로, 지난 9월 말 관련 규정이 제정된 이후 첫 명령이다. 긴급 생산·수입 명령은 내년 4월30일까지이며, 감염병 유행 상황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업체들은 매달 7일 월별 생산·수입량과 판매량, 재고량 등을 식약처에 보고하기로 했다.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 해열진통제와 달리,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사가 조제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식약처는 8월 이후 해열진통제 등 전체 감기약 공급이 안정화됐지만, 일부 조제용 해열진통제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재유행과 독감 동시 유행으로 해열진통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한 조처”라고 말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품 처방 현황을 보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2019년 2435만명에서 2020년 1908만9000명, 지난해 1634만6000명까지 감소했지만 올해는 6월까지 이미 1766만3000명이 처방을 받아 지난해 처방 인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줄었던 감기 환자가, 거리두기 완화로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다시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파특보가 발령된 14일 오전 광주 북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손난로로 추위를 견디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공고는 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해열진통제 대응 방안 후속 조처다. 복지부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월평균 공급량을 내년 11월까지 기존 대비 50% 이상 추가 확보하고, 겨울철·환절기인 내년 4월까지를 집중관리기간으로 정해 60%까지 생산량을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월평균 공급량은 기존 4500만정에서 집중관리기간 7200만정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추가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이달부터 내년 11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보험 약가도 1정당 50∼51원에서 70원으로 올린 바 있다.
한편, 식약처는 아세트아미노펜 원료 공급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감염 확산으로 감기약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데 식약처 의약품 안전나라 ‘원료의약품등록’ 공고상 아세트아미노펜 113건 가운데 90건이 중국에서만 제조되는 원료다.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11월부터 증산을 준비해 원료를 미리 확보한 제약사들이 많다”며 “특이 동향이 있으면 식약처와 협의하기로 했는데, 아직 특이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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