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는 버스 안 마스크 착용 승객과 대조를 이룬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충분한 치료 병상 확보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시기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기로 했다. 최근 유행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빨라야 내년 설 연휴가 지난 1월 말께 가능할 전망이다. 병원·대중교통 같은 감염취약 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2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러한 내용의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기준’을 발표했다.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 환자·사망자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역량 △고위험군 면역 등 4가지 기준 가운데 2가지가 충족되면 실내마스크 의무를 해제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지표는 △주간 신규 확진자 2주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 및 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확보 가능한 중환자 병상 중 여유분 비율 50% 이상 △ 2가 백신(개량 백신) 접종률 고령자 50%·감염취약시설 60% 이상 등이다. 이달 둘째 주(11∼17일) 기준 코로나19 치명률(0.08%), 병상 가동능력(68.7%)은 이러한 지표를 충족시킨다. 그러나 최근 3주 동안 매주 신규 확진자는 37만1천여명 → 41만2천여명→ 45만5천여명으로 증가세이며, 23일 0시 기준 만 60살 이상 고령층과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2가 백신 접종률은 각각 28.8%, 48.9%에 그친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설 연휴(내년 1월 21일∼24일) 이후 실내마스크 의무화 해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내년 1월 중 겨울철 재유행 규모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정점을 지나 2주 정도 유행 감소세를 확인한 뒤 중대본·전문가 논의를 거쳐 (해제 시점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제 시점은) 이르면 내년 설 연휴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내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전환되더라도 감염 위험이 큰 병원과 약국,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 대중교통(버스·지하철·택시·항공기)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현재 ‘심각’에서 ‘경계’ 또는 ‘주의’로 내려가거나, 2급인 법정 감염병 등급이 4급으로 조정되면 이러한 시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 계획이다. 지영미 청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에 대해 공중보건위기 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다음달 말 예정된 회의에서 비상사태가 해제된다면 한국도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낮출 수 있다”며 “(감염 취약) 시설은 이런 조처 이후 (유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마스크 의무를 해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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