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질병예방센터(CDC)가 제작한 파울러자유아메바 생활사. 질병관리청 제공
뇌 조직을 손상시켜 치명적인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파울러자유아메바(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태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환자는 뇌수막염 증상을 보인지 약 10일 만에 숨졌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26일 “국외 체류 후 귀국한 뒤 구토 및 목 경직 등 뇌수막염 증상이 나타나 응급이송된 환자의 검체에 대해 원인 병원체를 확인한 결과, 기존 국외에서 보고된 뇌수막염 환자에게서 분석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 염기서열과 99.6% 일치했다”고 밝혔다.
국내 첫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환자는 태국에서 4개월간 머물다 지난 10일 국내에 들어온 50대 남성이다. 귀국 당일 저녁 발열 등 증상을 느낀 뒤 다음날 뇌수막염 증상으로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21일 숨졌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치명적인 뇌수막염을 일으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원충(단세포로 이뤄진 원생동물)이다. 주로 호수나 강에서 수영·레저활동을 할 때 코를 통해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해 감염된다. 비염치료용 코 세척기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가 드물지만, 감염 후 증상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다. 감염되면 2∼3일 잠복기를 거쳐 7∼15일간 증상이 나타나며, 초기엔 두통과 정신혼미 증상을 보이다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 혼수 증상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른다. 1962∼2021년 미국에서 154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누리집을 보면, 154명 중 4명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나 치명률이 97.4%에 이른다.
국내에선 지난 2017년 전국 상수원 조사 결과 52개 중 6개 지점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가 검출돼 존재 가능성이 보고된 적은 있지만, 국내 감염 환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선 1962∼2021년 사이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사례 154건이 보고됐다. 아시아에선 파키스탄 41건, 인도 26건, 중국 6건, 일본 2건 등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국내 첫 감염자가 체류했던 타이의 경우 지난해 1건을 포함해 40년간 모두 17명의 외국인 여행자가 파울러자유아메바에 감염됐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파울러자유아메바 발생이 보고된 지역을 여행할 때 수영 및 레저활동을 삼가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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