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 시내에 약국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며 감기약 판매량 제한을 추진한 지 일주일 만에 이러한 조처 시행을 보류했다.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료를 내어 일부 언론이 보도한 ‘중국인 감기약 사재기’ 등으로 수급 악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약국의 감기약 판매량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일 식약처는 “감기약 판매 제한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추가 조치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또 “감기약 생산, 재고량이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 동시유행)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준이라 수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통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감기약 공급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상룡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종합감기약에 비해 조제용 감기약(의사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쓰는 감기약) 일부 제품 재고가 넉넉하진 않지만 (환자에게 공급을 못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인이 약국에서 600만 원어치 감기약을 사재기했다’는 언론보도로 수급 우려가 촉발되자 복지부는 해당 약국 소재지인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의 모든 약국 39곳을 조사한 결과 감기약 600만 원어치를 판매한 약국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기약 수급난을 우려하며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정책이 뒤바뀐 데 대해, 정부가 정확한 조사 없이 여론을 의식해 과도한 조처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대진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조교수(약학과)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감기는 질병이 아니라 증상이라, 감기약 범위를 정하기 어렵다”며 “공급부족 상황에선 패닉바잉(불안으로 인한 구매)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확한 상황 판단 없이 섣부른 판매 제한은 국민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가수요를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감기약이 부족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로) 불안 심리가 커지면 감기약 하나 살 걸 2∼3개씩 사는 문제가 생겨 결국 감기약이 낭비되고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사지 못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까닭에 감기약 판매 제한과 같은 공권력을 쓰는 건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이 의무화된 5일 단기체류 외국인 양성률은 전날 31.4%에 견줘 많이 감소한 12.6%로 집계됐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5일 중국에서 출발해 국내에 입국한 1247명 중 공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한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은 278명으로 이 가운데 35명(12.6%)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출발 전 음성 확인을 통해 확진자 입국을 사전 차단한 효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음성확인서를 냈음에도, 한국 도착 뒤 확진자가 나오는 데 홍정익 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중국에 코로나 환자가 많다면 그만큼 (증상이 발현되기 전) 잠복기 환자도 많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검사를 받은 시기가 잠복기라면 음성이 나와도 국내 입국 시기 양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양성임에도 음성이 나오는 검사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까지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가짜 확인서를 낸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5일부터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항공기를 탈 때 48시간 내 유전자증폭 검사 혹은 24시간 내 전문가 신속항원검사(RAT)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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