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지역 의료격차 실태발표 및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와 취약지역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 직후 정부와 의료계가 고의·중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머리를 맞대며 본격적으로 대화를 재개한다. 그러나 의사 부족이라는 같은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각각 ‘의대 정원 확대’와 ‘진료 가격 인상’이라는 근본적으로 다른 해법을 앞세우고 있어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외과 등 의료계에서 형사처벌 등 소송 부담이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 이유가 되고 있어 특례법 제정을 검토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며 “의료계 요구가 강해 정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그동안 특례법을 제정해 고의·중과실 없이 외과적 수술이나 응급·분만 등 의료 행위 과정 중에 발생한 의료사고를 형사처분 대상에서 면제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필수의료 분야의 가장 큰 기피 원인인 고위험진료에 대한 부담과 법적 분쟁 걱정 해소가 시급하다”며 “의협은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26일 오후 의료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가동하며 대화 재개에 나선다. 이는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원내에서 수술을 받지 못해 숨진 뒤, 정부가 같은해 12월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 대책의 후속 논의를 위해 꾸려진 협의체다. 양측은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지원 △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체계 발전방안 등을 논의 안건으로 확정하고 이날 이후 매주 협의체를 열기로 했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하고 지역별 격차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양쪽이 내놓은 해법에선 격차가 뚜렷하다. 복지부는 올해 필수의료와 비수도권에 전공의가 더 배정되도록 정원을 조정할 예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론 2006년부터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010∼2018년 평균 진료량을 유지했을 때 2035년이면 의사 수가 수요보다 9654명 부족하다고 추계한 바 있다. 병원들이 입원전담 전문의를 채용할 수 없는 건 해당 분야 의사 자체가 부족해서라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이에 반해 의협 등 의료계는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지난 18일 낸 의견문에서 “2020년 면허 의사 수는 13만명에 이르고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며 “인구는 감소하고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매년 늘고 있어 의사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온다”고 밝혔다. 의협이 내놓은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 해법은 의료사고 면책과 함께 낮은 필수의료 진료가격(수가) 인상,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 등이다.
의협이 이번 의료현안 협의체 논의 안건 범위를 필수의료 지원 대책으로 제한한 가운데, 정부는 이번 대화 재개를 계기로 2020년 8월 의사 집단 휴진으로 중단됐던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필수의료·지역의료·전공의 문제 등 (양쪽 모두) 관심이 많다”며 “의대 정원 증원 의제도 종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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