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도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정부에 보고·공개하도록 한 개정 의료법과 관련 고시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부는 환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병·의원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로, 환자는 의료기관이 정한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헌재 결정으로 정부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에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한 의료법 제45조 2의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치과의사회 등은 기존에 ‘병원급’ 의료기관만 비급여 진료비용의 현황 분석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다가,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도록 한 개정 의료법이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의사의 양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21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보고 의무 조항은 일부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사실상 강요해 과도한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을 감독하고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실시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피해 늘어나는 비급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환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돕고자 ‘비급여 보고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실제 비급여 진료비는 2017년 14조3000억원에서 2021년 17조3000억원까지 크게 늘었는데, 비급여는 의료비 부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2021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제도를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대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논의는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복지부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논란은 다시 점화됐다. 2023년 비급여 항목 보고를 시작해 2024년엔 영양주사, 예방접종, 치과 교정술 등 1212개까지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지난 1월25일 행정예고 의견 접수 기간이 끝났음에도 복지부는 접수한 찬반 의견 정리조차 마치지 못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내부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 선택권 보장이라는 형식을 취하나, 실질은 환자와 의료인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의사) 회원들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