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22년 국내외 결핵 발생 추이. 사진 질병관리청 제공
국내 결핵 발생률이 2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파 가능성이 없는 ‘잠복 결핵감염’ 차별 금지를 명문화하고, 고위험군 사각지대 집중관리 등의 대책을 통해 5년 안에 결핵 발생률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질병관리청은 제13회 결핵예방의 날인 24일 이런 내용의 ‘제3차 결핵관리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국내 결핵 환자 수는 결핵예방법을 근거로 첫번째 종합계획이 마련된 2013년 4만5292명에서 지난해 2만383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결핵 전체 환자(신환자+재치료자)는 인구 10만명당 39.8명으로 2차 종합계획 목표(결핵 발생률 40명)를 달성했다.
이러한 감소세에도 한국의 결핵 환자 발생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44.0명)은 오이시디 평균(9.7명) 대비 4.5배 수준으로 한국이 오이시디에 가입한 1996년 이후 26년째 1위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사망자 수(3.8명) 역시 콜롬비아(5.0명)와 리투아니아(4.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국내에서 결핵은 법정 감염병 가운데 코로나19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2021년 1430명)한 감염병이기도 하다.
한국의 결핵 환자 발생률이 높은 배경은 한국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한국전쟁 전후 공기 감염을 통해 퍼진 결핵이 잠복과 전파를 통해 장기간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전 국민 30%가 잠복결핵 감염(결핵균을 가지고 있으나 증상도 없고 전염력도 없는 사람)으로 추정된다. 잠복결핵 감염자 가운데 10% 정도에서 실제 결핵이 발병하는데, 정부는 신규 결핵 환자 가운데 65살 이상 비중이 2015년 37.1%에서 지난해 55.8%로 증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생 조건이 좋아지면서 발병이 억제되던 결핵이 면역력이 약화되는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면서 결핵 발병률이 억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층 발병 증가 등의 이유로 결핵 치료 성공률은 81∼82%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질병청은 이번 3차 종합계획에서 예방·진단·치료를 강화해 2027년까지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을 절반 수준인 10만명당 20명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파 가능성이 없는데도 ‘사회적 낙인’ 탓에 결핵 검사를 기피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잠복결핵 차별금지’를 결핵예방법 등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호용 질병관리청 결핵정책과장은 “잠복결핵은 아무래도 연세드신 분들이 많을 수 있는데, 잠복결핵만으로 차별이 있으면 이분들이 숨기자고 생각해 검진이나 치료를 안받으실수가 있다”며 “차별금지를 명문화하고 이를 근거로 잠복결핵 치료 캠페인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잠복결핵감염은 몸 안에 균이 숨어있고 전염성이 없다”며 “결핵 환자와 똑같이 생각해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면 치료를 받지 않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결핵 예방 사각지대인 교정시설 잠복결핵감염 검진·치료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결핵 고위험국가 입국 결핵 환자는 내국인과 동일한 치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노인·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찾아가는 결핵 검진도 확대한다. 치료기간이 길어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결핵 환자에 대해선 보건소 전담인력이 치료가 종료될 때까지 ‘일대일 관리’한다. 소아 대상 필수 예방접종인 결핵예방접종 백신(BCG) 자급화를 위해 내년까지 기술개발과 품목허가를 완료하고, 국내 결핵 관련 정보를 하나로 통합한 결핵 통합 전산망도 구축할 예정이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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