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증외상 환자를 현장에서 병원까지 옮기는 데 걸린 이송시간이 2015년 25분에서 2020년 32분으로 7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갈 병원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탓으로 분석된다.
질병관리청이 30일 발표한 ‘2015~2020년 중증외상 및 다수사상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중증외상 환자의 이송에 든 시간은 중윗값 기준 32분이었다. 2015년 이송시간 중윗값은 25분인 것과 견줘 7분 증가한 것이다. 2016년 26분, 2017년과 2018년 27분, 2019년 28분으로 점차 증가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응급 상황 때 구조대원이 먼저 응급 처치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응급현장 전달체계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9일 대구시에서 외상을 입은 10대를 태운 구급차가 ‘뺑뺑이’를 돌다 차량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송시간 문제가 통계로도 나타난 셈이다.
이형민 평촌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응급 상황에서 갈 수 있는 응급실 선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까운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못해서 멀리 있는 권역 응급외상센터에 가야 하는 경우가 생겼을 것”이라면서 “운영이 어려운 외상센터 중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 있는 것도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20년 통계의 경우 코로나19로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봤다.
통계를 보면, 중증외상 응급의료 접근성에 따라 지역별 이송시간의 격차도 발생했다. 2020년 기준 서울은 이송시간이 27분으로 중윗값 32분보다 짧았다. 반면 경북과 세종은 39분, 강원 38분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한편,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중증외상 환자는 모두 4만8953명으로, 2015년(6250명)부터 2019년(9115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2020년 8435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2020년 기준 중증외상의 주요 원인은 화물·사람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수사고 53.5%가 가장 많았고, 추락·미끄러짐이 38.9%였다.
중증외상 환자의 치명률은 2015년 65.5%에서 2020년 54.5%로 줄었다. 중증장애율도 2015년 31.6%에서 2020년 25.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는 환자는 2015년 5%에서 2020년 37.3%로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발생률로 보면, 2020년 기준 전남이 34.1명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이 8.9명으로 가장 낮았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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