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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윤 대통령 공약, 여야 모두 발의, 의사들은 반대…간호법이 뭐기에?

등록 2023-04-11 07:00수정 2023-04-11 21:26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 대한간호협회 제공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 대한간호협회 제공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오는 13일로 예고되면서 간호사와 의사를 비롯한 다른 보건의료 직종들 간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국회가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반면 의사·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 등 다른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은 법안의 전면 폐기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유관 단체가 간호법 제정안 폐기를 촉구하며 결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10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표결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이 법안의 필요성과 당위성, 정부·여당의 (제정 반대가) 명분이 없음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과 정부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여러 단체 의견을 수렴해 중재안을 제시하기로 했는데, 13일 본회의 전까지 중재안을 낼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월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어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 의원이 모두 발의한 간호법

21대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건 202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연숙·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의료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간호 업무를 독자적인 법률에 담아 구체적으로 정하고, 전문인력 양성·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자는 취지의 유사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의료법엔 간호 업무가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돼 있다. 반면, 당시 발의안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해 8월 국회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찬성 쪽은 지금의 의료법으로는 고령화에 따라 날로 수요가 증가하는 돌봄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소속 간호사가 환자를 찾아가 채혈 등 간단한 의료행위를 해도 의료법상 불법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 체계를 짜기 위한 위한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법 제정에 반대하는 쪽은 의료법에 규정된 다른 의료인들은 그대로 두고 간호인력에 대해서만 독자적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 밖에 보건의료법 체계를 흔들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단체 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간호법 제정이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료법대로 유지된 간호사 업무

이러한 논란 끝에 2022년 5월 국회 보건복지위는 여·야 의원 발의안 3개를 하나로 모은 대안(간호법 제정안)을 도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긴다. 이 과정에서 간호 업무범위는 현행 의료법 내용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간호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숙련인력 확보를 책임지도록 하는 규정 등을 마련했다. 제1조(목적)에서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없는 선언적 문구만 남긴 셈이다. 그 뒤 국회 법사위에서 심사가 지연되자 올해 2월 보건복지위(위원장 정춘숙 의원)는 전체회의를 열어 간호법 제정안 등의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을 상정해 표결을 거쳐 의결했다. 당시 여·야 간사가 합의를 시도했지만 불발됐고, 여당 의원들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법 제정을 둘러싼 보건의료단체 간 첨예한 입장차

간호 업무 규정이 의료법과 차이가 없음에도, 법 제정안을 둘러싼 보건의료단체들 간 대립은 첨예하다. 간호법 제정은 간호계가 1977년부터 추진한 숙원사업이다. 간협 관계자는 <한겨레>에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간호사 업무가 세분화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독거 어르신, 장애인 가정 등에 대응하는 데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협 등은 간호법이 따로 만들어지면 이후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 권한만 비대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협 관계자는 “간호사의 처우개선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으로도 충분한데, 간호법 제정은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직종들도 간호법 제정으로 업무 영역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방·해양경찰·산업시설·스포츠시설 등 보건의료인을 필요로하는 여러 분야의 수요가 간호사로 쏠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시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부회장은 “각 기관은 업무 범위를 엄격히 제한받는 응급구조사보다 포괄적 업무가 보장되고 한해 3만여명씩 배출되는 간호사를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쪽은 학원이나 특성화고 졸업자만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을 응시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을 간호법에선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제공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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