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 보건의료원이 지난달 어린이집 원생·종사자 대상으로 손 씻기 위생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평창군 제공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윤아무개(63)씨는 이달 초 눈곱이 낀 채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손주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씨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눈이 간지럽고 심하게 충혈돼 결막염인 줄 알았지만 병원에선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이라고 했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눈이 붙을 정도로 눈곱이 심했다”며 “눈은 2∼3일 안약을 넣었더니 나았지만 기침을 오래 해 고생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4월 9~15일(올해 15주차) 전국 220개 병원에서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가 166명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 3월19일부터 4월 15일까지(올해 12∼15주차) 한 달간 입원환자는 모두 56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입원환자 43명보다 13배나 많다. 특히 568명 가운데 467명(82%)은 만1∼6살이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기침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뿐 아니라 눈곱이 많아지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유행성 각결막염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로 ‘눈곱 감기’로 불린다. 환자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폐렴으로 이어질 경우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보다 증상이 빠르게 나빠진다는 보고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환자 손·침방울을 직접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수건 등 물건을 만진 손으로 다시 눈·코·입을 만질 때, 바이러스에 오염된 수영장 물을 통해서도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를 예방할 상용화된 백신이나 적절한 치료제는 없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외출·배변·기침 이후나 기저귀를 갈기 전후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기침할 땐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거나, 발열·기침 등 증상이 있는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지난 2∼3년간 아데노바이러스 환자가 적어 면역이 형성되지 않아 최근 환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손을 잘 씻고 기침 예절을 지키고, 증상이 있으면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가지 말고 쉬어야 유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호흡기 감염병 환자도 늘고 있다. 전국 196개 의원 표본감시 결과, 38℃이상 발열과 기침·인후통 등 증상을 보인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의심환자는 4월 9~15일 외래환자 1천명당 18.5명으로 일주일 전 15.2명보다 3.3명 늘었다. 지난해와 올해 겨울 유행 기준인 외래환자 1천명당 4.9명에 견줘 4배 가까이 많다. 코로나19 환자도 최근 증가 추세다. 지난 21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는 1만3596명으로 일주일 전 1만1666명보다 2천명 가까이 늘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시행했던 방역조처가 완화되면서 봄철 호흡기 바이러스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3월 개학과 맞물려 전반적으로 호흡기 감염병 환자가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유사한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77개 의료기관에서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320명 검체를 채취해 살펴보니 219명(68.4%)에게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나왔다. 환절기 감기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리노바이러스(49명·15.3%)가 가장 많이 검출됐으며, 2살 미만 소아에서 발병률이 높은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45명·14.1%),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32명·10%) 순이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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