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휘는’ 구루병 약값, 5월부터 건보 적용…연 2억원→1천만원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중증 응급·흉부외과 수술보상도 강화

2020년 9월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오는 6월부터 환자 생명과 직결되고 의료진 부담이 큰 중증 응급·흉부외과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이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2023년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중증응급환자와 흉부외과 일부 수술 보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고 24시간 안에 수술 등 최종 치료까지 받으면, 6월부터 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진료 비용(수가)에 100%를 더해 지급하는 내용이다. 가산 폭이 현재 50%에서 두배로 확대했다. 공휴일 야간 시간대(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에는 100%를 추가 적용해 200%까지 보상한다. 복지부는 이런 ‘수술 가산’을 중증응급환자가 내원하는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42곳)와 권역외상센터(14곳)에 우선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대상 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무 강도가 높은 흉부외과 수술은 따로 진료 비용을 책정하는 식으로 보상 수준을 개선한다. 6월부터 보상이 강화되는 수술에는 대동맥 박리 수술과 소아심장수술 등이 포함됐다. 대동맥 박리 수술은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 파열로 혈관 벽이 갈라지는 질환이고, 소아심장수술은 국내에서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20명 안팎에 불과할 만큼 난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졌다.

5월부턴 소아 구루병 환자 치료제 3개 품목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구루병은 칼슘과 인 대사 장애로 뼈 발육에 장애가 생겨 키가 안 크고 뼈가 휘어 척추가 변형되거나 오(O)자형 다리가 되는 질환이다. 유전성 소아 구루병 환자 치료제인 ‘크리스비타주사액’은 그동안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1명당 연간 투약 비용이 약 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다음 달 1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연간 환자 부담이 최대 1천만여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건강보험 대상은 기존 치료제를 6개월 이상 계속 투여했는데도 조절되지 않는 만 1∼12살 이하 소아다. 성장판이 열려있다면 만 18살 미만까지 적용된다.

일상회복에 따라 그동안 해왔던 건강보험 지원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4단계 중 가장 높은 현재 ‘심각’에서 ‘경계’로 한 단계 내려가면, 병원에 지급하던 일반병상 입원 보상 수준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법정 감염병 등급이 현행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될 땐, 입원·외래·진단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중단돼 환자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단, 60살 이상과 기저·면역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에 대해선 지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초음파 검사 적정진료를 위한 급여기준 및 심사개선 방안’도 이날 건정심에 보고했다. 상반기 중 고시 개정을 거쳐 상복부와 같은 날 여러 부위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땐 의심되는 질환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해야만 건강보험을 인정하기로 했다. 2017년 8월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으로 확대된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취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급여기준개선협의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뇌·두경부 자기공명영상검사(MRI) 급여기준 및 심사개선 방안’은 올해 상반기 내 고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