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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2시간 응급실 돌다 사망…‘추락’ 10대 안 받은 대구 병원들

등록 2023-05-04 16:47수정 2023-05-04 22:19

파티마·경북대·계명대동산·가톨릭대병원 등 4곳 행정처분
2020년 9월 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0년 9월 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2시간 30분 가량 병원을 떠돌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당시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 4곳에 보조금 지급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권역 안 최상위 응급의료기관(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은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난 3월 29일~4월 7일 소방청·대구시와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파티마병원(동구 신암동)·경북대병원(중구 삼덕동 2가)·계명대동산병원(달서구 신당동)·대구가톨릭대병원(남구 대명동) 4곳에 행정처분을 했다고 4일 밝혔다. 4곳 병원 응급실은 환자를 치료해달라는 119구급대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구급활동일지와 복지부 설명을 종합하면, 구급대는 지난 3월 19일 오후 2시 14분께 사건 현장에서 보호대와 붕대 등을 대는 처치를 하고 20분 뒤인 2시 34분께 파티마병원 응급실 입구까지 환자를 이송해 수용을 의뢰했다. 당시 환자는 후두부 등에 외상이 있었지만 발목 통증을 호소하는 등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응급처치의 필요성과 이용이 가능한 의료자원 따라 환자를 분류하는 과정)를 하지 않고 구급대원으로부터 사고 당시 정황만을 들은 채 ‘높은 곳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유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등은 응급실이 환자의 주요 증상, 호흡·맥박·혈압·체온 등 활력 징후와 의식 수준을 고려해 중증도를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구급대로부터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기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 복지부는 파티마병원이 이를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구급대는 오후 2시 54분께 인근 경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옮겼다. 그러나 이 병원 의사는 환자 상태를 직접 살피지 않은 채 ‘중증외상이 의심되니 권역외상센터부터 가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같은 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해 환자 수용을 요청했지만 “병상이 없어 수용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복지부는 경북대병원이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은 채 ‘중증외상 의심’으로 단정한 것은 적법한 중증도 분류가 아니라고 봤다. 권역외상센터 역시 이용 가능한 병상 1개가 있었고 진료 중인 환자 상당수가 경증이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119구급대는 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에 전화로 환자 수용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각각 ‘외상 환자 수술이 시작돼 안 된다’, ‘신경외과 의료진이 학회 출장을 가 없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복지부는 환자 중증도를 확인하지 않고 전화 통화만으로 다른 환자 수술이 더 급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진료 거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진료과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것 역시 법 위반으로 봤다.

환자는 오후 4시 27분께 삼일병원(달서구 송현동)으로 옮겨졌지만, 도착 직후 심정지가 발생했다. 더 큰 병원에서 심폐소생 처치를 지속하라는 의료진 권유로 환자는 오후 4시 54분께 대구가톨릭병원으로 이송됐고, 이곳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급대가 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사고 현장을 출발(오후 2시 32분) 한 지 2시간 26분만에야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도착(오후 4시 58분)한 셈이다.

복지부는 경북대병원에 6개월 치 보조금 2억2000만원 지급을 중단하고 과징금 167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대구파티마병원에는 6개월 치 보조금 4800만원 지급 중단, 과징금 3674만원을 부과했다. 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에도 6개월 치 보조금 4800만원이 지급되지 않는다. 이와 별도로 처분일 6개월 이내에△병원장 주재 사례검토회의를 통한 책임자 문책 △응급환자를 우선하도록 병원 시설·인력을 재배분 등 재발방치책 수립 △구급대의 환자 수용 의뢰 내역, 의료진 응답의 전체 기록·관리 등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한겨레>에 “6개월 뒤 타당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으면 권역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 등의 추가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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