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대강당에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 업무 분석결과를 공개하는 가운데 협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검사·처방부터 사망 선언까지 불법진료 지시를 받고 있다는 신고가 닷새 만에 1만2천건 넘게 쏟아졌다. 3명 중 1명은 병원에 의사가 없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진료에 내몰렸다고 답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지난 18∼23일까지 닷새간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신고 1만2189건이 접수됐다고 24일 밝혔다. 간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준법 투쟁’ 중 하나로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가 하면 불법인 업무에 대해 간호사·간호대학생 대상으로 온라인 익명 신고를 받고 있다. 불법 진료 행위(복수 응답)는 △검체 채취와 천자(몸에 침을 찔러서 액체·세포·조직을 채취하는 행위) 등 검사 6932건 △대리 처방·기록 6876건 △튜브 교환이나 기관 삽관 2764건 △치료·처치 및 초음파·심전도 검사 2112건 △대리 수술 및 보조 1703건 △약물 관리 389건 순이었다. 사망환자 사망 선언을 했다는 등의 신고도 들어왔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진료를 한 이유를 물었더니, 응답자 9227명 중 31.7%(2925명)가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라고 답했다. 병원 안에서 위계에 따라 강요하는 ‘위력 관계’(28.7%, 2648명)나 ‘고용 위협’(18.8%, 1735명)보다 많았다. 최훈화 간협 정책전문위원은 “이 업무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고 치료가 전혀 안 되는데 병동에 의사가 없어 할 사람이 나밖에 없기 때문에 불법인지 알면서도 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중장기적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가 설립돼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의원 개원을 조금 더 엄격하게 관리해 병원에 의사가 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사 불법진료는 전공의 등과 수술·시술 보조를 하는 일부 피에이(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 인력) 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 신고 건수 가운데 종합병원이 41.4%(5046건)로 가장 많았다. 중증 환자 비중이 높아 피에이 간호사 인력이 많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35.7%(4352건)로 다음이었다. 허가 병상 수로 보면 100병상 미만 병원에서도 10.5%(1280건)가 신고됐다.
정부는 간협이 제시한 불법진료 행위 관련 일률적으로 합법과 불법으로 판단하기보단 개별 사례마다 법원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태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밤에 낸 자료에서 “간호사가 수행 가능한 업무 범위는 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문구만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탁영란 간협 제1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법진료 행위 목록은)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숙의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1차 연구가 토대”라며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진료 보조 행위를 한 간호사가 직접 법원에 가서 유·무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협은 이런 불법진료 신고가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들어오면 수사기관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진정·고발을 함으로써 간호사를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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