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로 겨울철 질환으로 알려져온 계절성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올해는 5월이 끝나가는 시기에 기준치의 5배 넘는 규모로 확산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사람간 접촉 감소로 계절성 독감이 줄었다가, 엔데믹 시기에 접어들자 감염성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 보고 특히 어린이와 고령층의 주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하는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를 28일 보면, 지난해 계절성 독감은 9월4∼10일 주간에 이미 이번 절기(2022~23년) 유행 기준인 외래환자 1천명당 4.9명을 넘어 9월16일 주의보가 발령됐다. 코로나19 유행 직전 3년간 빠짐없이 11~12월에 유행 주의보가 내려졌던 것과 견줘 최대 3개월까지 이른 시점이었다.
유행시기가 길어질 뿐 아니라 환자수가 좀처럼 꺾이지도 않는 모습이다. 올해 5월14∼20일 주간(20주차) 상황을 보면, 전국 196개 표본 감시 의료기관의 외래 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사 환자 분율)는 25.7명로 유행 기준의 5.2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의사 환자 분율은 질병청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또 2012년 이후 2020년만 빼고 해마다 5월1일에서 6월21일 사이에 유행주의보가 해제됐는데, 올해는 오히려 수치가 올라가는 양상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가 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코로나 유행 이전과 발생 양상이 달라진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 환자도 늘고 있다. 소아에게 후두염을 일으키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5∼6월에 유행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3월부터 급속히 증가했다. 감기 증상으로 시작해 심하면 폐렴 등으로 진행되는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도 늦가을 11∼12월 정점을 보였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봄부터 발생률이 증가 중이다. 인플루엔자가 아닌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는 20주차 19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1명)의 6.2배나 된다. 리노 바이러스가 6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행 양상이 바뀐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381명),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331명) 환자가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 감염병정책국과 감염병진단분석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이후 호흡기 바이러스 발생 양상 변화’ 보고서에서 “2023년 봄철에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바이러스 입원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방역조치 완화와 일상회복에 따른 전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 발생 증가와 변화에 대한 관찰 및 정보 공유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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