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환자 등 ‘비대면 초진’ 허용…아동은 18시 이후·휴일 ‘상담’만

지난해 초 한 병원에서 전화로 비대면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김혜윤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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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6월 1일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계속된다. 질환 종류나 진료과목 관계 없이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던 이전과 달리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첫 진료를 본 재진 환자로 제한하며 건강보험 요양등급 받은 고령자나 섬·벽지 환자 등 일부에만 비대면 초진을 허용한다. 만 18살 미만 아동은 저녁 6시 이후 야간이나 공휴일에 한해 초진 환자라 하더라도 비대면으로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이런 내용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2월 감염병 유행 기간에 한해 전국 의료기관에서 의사 판단에 따라 음성·영상 전화 통화를 통한 의료 상담·처방을 허용한 바 있다. 이어 그해 12월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 이상이면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게끔 했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6월1일부터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지면서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 등 법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지속된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의 비대면 진료는 휴대전화 영상·음성통화를 통해 이뤄진다. 진료하는 사람이 의사인지 환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통화가 원칙이나, 65살 이상 고령자나 스마트폰이 없는 환자는 음성통화로도 진료를 볼 수 있다. 모든 환자가 제한 없이 음성 통화로 진료받던 기존과 달라지는 점이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한 번 이상 의사의 대면 진료를 받은 재진 환자다. 고혈압·당뇨·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대면 진료를 받은 뒤 1년 동안, 의사 판단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만성질환 이외 질환은 최초 대면 진료 이후 30일 동안 이런 진료가 가능하다. 두 경우 모두 최초 대면 진료를 했던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예외적으로 비대면 초진이 허용되는 경우는 △섬·벽지 등 의료기관이 부족 지역 거주 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살 노인·등록 장애인 등 거동불편 환자 △코로나19·신종인플루엔자·결핵 등 감염병예방법 상 1·2급 감염병에 확진돼 격리중인 환자 등이다. 의료기관 부족 지역에는 복지부 장관이 섬·벽지로 고시한 인천 옹진군 백령·연평도 등 479곳이 포함된다. 감염병 확진 환자의 경우 완치 전까지 대면 진료를 받지 않았던 의원에서도 비대면으로 진료 받을 수 있다. 만 18살 미만 환자 역시 일요일·명절 연휴 등 공휴일과 야간(평일 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토요일 오후 1시∼일요일 오전 9시)에 한해 약 처방 등을 제외한 의학적 상담이 비대면으로 허용된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폐업 등으로 소아 대상 의료공백이 커진다는 우려에 따른 조처다.

의료기관 규모별로는 의원급에서 비대면 진료가 원칙이다. 다만, 병원급(30병상 이상 규모)은 희귀질환관리법 상의 희귀질환(지난해 기준 1165종) 환자를 대상으로 재진에 한해 가능하다. 수술·치료 후 환자 몸에 부착된 의료기기 점검 등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하는 재진 환자에 한해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 병원보다 규모가 큰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의 비대면 진료는 불가능하다. 대형 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받을 때는 본인이나 대리인이 약국에서 직접 수령하는 게 원칙이다. 질환에 관계 없이 닥터나우 같은 플랫폼을 통해 약을 배송 받던 기존과는 달리,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 환자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만 배송을 통해 집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

천호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