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모습. 서울백병원 제공
서울 중구 명동성당 맞은편에 있는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오는 8월 말 환자 진료를 종료한다. 1941년 개원한 지 82년 만이다.
의료계 설명을 9일 종합하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7일 서울백병원에 공문을 보내어 “(인제학원) 이사회 논의를 거쳐 오는 8월 31일 서울백병원 환자 진료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다음 달 말까지만 외래·응급실·입원 병동 진료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병원 쪽은 환자들에게 전화·문자메시지를 통해 진료 종료일 및 각종 서류 발급 절차 등을 안내하고,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 의사들은 면담을 거쳐 인제학원이 운영하 다른 백병원(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배치된다. 서울백병원은 의료진과 행정 직원 등도 다른 백병원으로 전보할 방침이다.
인제학원은 지난 6월 20일 연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한 바 있다. 서울 도심의 상주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국립중앙의료원·서울대병원·강북삼성병원 등 주변 다른 병원으로 환자가 분산되면서 경영난이 심해졌다는 게 병원 쪽 설명이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년간 1745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며 “지난 3∼5월 평균 병상가동률은 66.2%였고, 일평균 수술 건수는 9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백병원 출신 의사들과 노동조합은 병원 폐원에 반대하고 있다. 이 병원 진료과별 동문 대표들은 7일 성명을 내어 “인제학원 이사회의 독단적인 폐원 결정에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폐원 의결을 철회하고 서울백병원이 의료와 의학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 지부도 “병원 쪽이 노조와 합의 없이 진료 종료 시점을 정했다”며 다른 백병원 노조 지부들과 연대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은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해당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로 쓰기 위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안을 오는 11월까지 마련해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중구 관내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으면 감염병 대응과 응급의료에 공백이 생기는 만큼 의료기능 유지가 필요하다는 게 중구청 입장이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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