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9월 서울 시내 한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환자가 경증인 경우 진료비 외에 별도로 내야하는 본인부담금을 지금보다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겨레> 취재를 9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가 경증인 경우 100% 부담하는 응급의료관리료(6만원~8만원)를 지금보다 더 내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응급실 진료를 받은 환자 상태가 법으로 정한 응급 및 응급증상에 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환자는 응급의료관리료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의료진 판단에 따라 환자 증상이 경미하다면 이런 응급의료관리료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7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의료)현장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경증으로 가는 경우, 본인 부담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는 경증환자 비중을 낮춰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일부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응급실 내원 환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 약 38.3%(잠정치)가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미한 케이타스(KTAS: 한국형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도구) 4·5등급이었는데 이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케이타스는 1~5등급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클수록 중증도가 낮다. 4등급(30.2%)은 1~2시간 안에 처치·재평가를 하면 되는 상태로 경우에 따라 법이 정한 응급 증상이 포함돼 있다. 5등급(8.1%)은 악화 가능성이 작거나 응급은 아닌 상태다.
그러나 응급의료 현장에선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장인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응급과 비응급 경계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환자가 많은데, 이들을 (응급의료관리료 100% 부과 대상인) 비응급으로 판정하면 반발이 많다”고 말했다. 환자는 스스로 자신의 질환이 중증인지 경증인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병원 선택 의무를 환자에게 지우는 건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증 응급환자가 제 때 치료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권역응급의료센터 인력을 지금보다 늘리는 게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응급환자 치료부터 최종 진료까지 가능하도록 응급실 전문의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등) 배후진료 전문의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