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 외국인 40대 남성 ㄱ씨는 지난 5월21일 경남 창녕군의 한 농장 밭에서 양파를 수확하다 쉬는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열사병. 당시 창녕 지역 기온은 29~30도였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결과’를 23일 보면, 응급실이 있는 의료기관 504곳에 대한 표본조사를 시작한 5월20일부터 7월21일까지 ㄱ씨 등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3명, 열탈진이나 열경련 같은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94명에 이른다. 온열질환 환자 694명 가운데 184명(26.5%)은 폭우가 잦아들고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7월19~21일 사흘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질병청은 열사병·열탈진·열경련·열실신 등을 온열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표본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거나 병원 밖에서 숨진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어 온열질환 사망자나 환자는 질병청 통계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두 달간 온열질환 발생은 실내(18.6%)보다 실외(81.4%)에서 빈번했다. 특히 실외 작업장(212명, 30.5%), 논밭(83명, 12.0%)에 있다 온열질환 증상을 보여 응급실을 찾은 경우가 42.5%였다. 작업장(42명, 6.1%)이나 비닐하우스(12명, 1.7%) 등 무더운 실내에서 발생한 경우도 7.8%였다. 온열질환 환자 50.3%가 실내·외 일터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온열질환 사망자 3명 역시 모두 야외에서 일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울산광역시에선 지난 6월18일 건물 옥상에서 방수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7월1일에는 충남에서 70대 남성이 밭일을 하다 숨졌다. 안윤진 질병청 미래질병대비과장은 <한겨레>에 “그늘막 등 더위를 피할 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야외 노동자들도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정오~오후 5시 등)에는 가급적 휴식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saram@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