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소독전문업체 직원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역소독 현장을 처음으로 점검한 결과 독성이 강해 물체 표면을 닦는 용도로만 사용이 허가된 소독제를 여전히 공기 중에 분사하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독 작업자들은 약품이 피부에 묻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소독을 한 곳들도 있었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질병청은 지난 6월7일∼28일까지 무작위로 선별한 학교·병원 등 전국 15개 시설의 방역 소독 방식과 보호장비 착용 여부를 점검해 1곳(제주 학교)에서 여전히 공기 중 분사 방식으로 소독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을 한 민간 방역업체 노동자들은 보호용 안경(고글)도 쓰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이 코로나 방역소독 현장을 점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체 표면을 닦는 방식으로 소독이 진행됐으나, 작업자들이 보호복을 입지 않거나(전북 어린이집), 규정에 맞지 않는 보호복을 입은(대구 숙박업소) 곳도 있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학교·병원급 의료기관·숙박시설 등은 정기적으로 소독할 의무가 있다. 작업자는 건강 보호를 위해 방수 기능을 갖춘 일회용 긴소매 가운(보호복)과 장갑, 보건용 마스크, 보호용 안경(고글) 등을 착용해야 한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허가된 방역용 소독제는 물체 표면을 닦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나 실제 방역현장에선 소독제를 분무기에 넣어 공기 중에 뿌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이뤄졌다. 민간 방역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유행 직후부터 최근까지 대부분 업체가 공기 분사 방식으로 소독했고, 지금도 그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방역용 소독제를 공기 중에 분사하는 방식이 감염 예방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 눈과 호흡기, 피부에 자극을 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소독제에 쓰이는 4급 암모늄 화합물 등은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진작 제기됐다. 소독제를 공기 중에 뿌리고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작업자나 시설 이용자가 장시간 반복적으로 몸에 해로운 성분을 흡입하면 폐·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밀폐도가 높은 실내에서 소독제를 공기에 분사하면 물체 표면을 (닦는 방식으로) 소독할 때보다 사람이 흡입하기 쉽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비슷한 환경인데, 이런 환경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폐렴, 기관지염, 천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경부와 질병청, 고용노동부는 방역용 소독제에 ‘공기 소독 금지’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만으론 소독현장의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지자체가 방역소독 안전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데, 평소엔 점검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공무원들 설명이다. 수도권 지자체 방역 담당자는 “민원이 들어온 경우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소독 방식이나 보호장비 착용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독 작업은 대체로 민간 방역업체가 위탁을 받아 수행하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공기 분사를 선호하는 구조적인 원인을 짚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방역업체 대표인 ㄱ 씨는 “소독 용역은 주로 경쟁 입찰을 통해 최저가에 낙찰되는데, 물체 표면을 닦아 소독하려면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 받은 돈에 맞춰 작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가 폭넓은 실태조사를 통해 소독 작업자와 시민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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