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3일 오전 대구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31일부터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을 현행 2급에서 4급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국내 유행 3년7개월 만에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일반 의료·방역체계 안에서 관리함에 따라 검사비·치료비 등 각종 지원은 고위험군 중심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31일부터 코로나19를 2급에서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고 위기단계 조정 2단계를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2급 감염병은 확진자를 전수 감시하고 격리 조처가 필요하지만, 독감 같은 4급은 표본 감시 대상이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직후 1급으로 분류된 이후 3년7개월여 만이다.
4급 전환에 따라 검사비도 유료화된다. 지금은 의료기관 신속항원검사(RAT)를 누구나 검사비 부담 없이 진료비 5000원(의원 기준)만 내고 받을 수 있다. 31일부턴 2만∼5만원의 검사비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60살 이상과 12살 이상 기저질환자·면역저하자 등 먹는 치료제 대상과 응급실·중환자실 환자는 건강보험 지원을 받아 7960∼8810원만 부담하면 된다.
현재 유전자 증폭(PCR) 검사 우선순위 대상(60살 이상·감염취약시설 종사자·의료기관 입원 환자 및 보호자 등)은 앞으로도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계속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보건소가 아닌 병·의원에서 피시알 검사를 받으려면 외래 땐 2만330∼2만4480원, 입원 땐 1만2240∼1만3550원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나머지 유증상자는 지금처럼 6만∼8만원 정도를 전액 내야 한다.
치료비 지원 대상도 축소된다.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지금까지 전액 정부와 건강보험에서 치료비가 나왔지만, 앞으로는 인공호흡기나 체외막산소요법(ECMO) 등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만 연말까지 본인부담금이 지원된다. 질병청은 먹는 치료제에 대해선 당분간 무상 지원을 유지키로 했다. 10월께 도입이 기대되는 새로운 변이(XBB.1.5) 대상 백신도 무료로 접종한다. 확진 때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확진자에게 지급하는 생활지원비와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유급휴가비 지원은 중단된다.
코로나19가 표본 감시 대상인 4급으로 바뀌며 전국 527개 감시기관이 주 단위로 지역·연령·성별 환자 발생 양상과 변이 바이러스 유행 양상을 표본 감시한다. 전국 17개 시·도 64개 하수처리장에서 생활하수에 섞인 바이러스 농도를 분석한다.
4급 전환 결정은 여름 확산세가 둔화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8월 3주차(8월13∼19일) 4만1698명으로 전 주(4만9893명) 대비 16.4% 줄었고, 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 1명당 추가 감염자 수)는 유행 감소를 나타내는 1 미만(0.91)이었다. 모두 6월 마지막 주 이후 8주 만이다. 7월 중순 치명률은 0.02∼0.04%로 독감(0.03∼0.07%, 세계보건기구)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24시간 이내 확진자를 모두 신고하고, 광범위한 방역조치를 지속하지 않아도 일반 의료체계 안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됐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