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더 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도경수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엑소(EXO)의 멤버이자 배우인 도경수가 전자담배 실내 흡연으로 최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도경수와 소속사가 ‘무니코틴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 대상도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8월3일 엑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음악방송 비하인드’ 영상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본사 건물 대기실에 서있던 도경수의 코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금연구역 흡연은 10만원 이하 과태료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트판’에는 ‘도경수 실내 흡연 과태료 처분받았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도경수 8월 실내 흡연 사건으로 민원을 넣었다”며 민원 처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8월3일 엑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음악방송 비하인드’ 영상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본사 건물 대기실에 서 있던 도경수의 코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포착되며 실내 흡연 의혹이 제기됐다.
글쓴이가 공개한 마포구보건소 건강동행과 민원 처리 결과를 보면 “국민건강증진법 9조4항 제16호에 의거해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은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도경수님의 방송사 건물 내에서의 흡연은 금연구역 위반 행위”라며 “당사자와 소속사는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를 사용하였다고 소명했으나 해당 제품의 성분 설명 및 안내서에 무니코틴임을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는 공인으로서 앞으로는 성실히 법을 준수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도경수의 해명은 2년 전 전자담배 실내흡연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던 가수 임영웅의 해명과 동일하다. 당시 임영웅 쪽에서도 ‘무니코틴 전자담배’라고 해명했지만, 도경수와 마찬가지로 실제 니코틴 포함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고 결국 과태료를 물었다.
5일 ‘네이트판’에 올라온 도경수 전자담배 실내흡연 관련 민원처리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무니코틴 전자담배는 담배일까, 아닐까
만약 무니코틴 전자담배임을 입증했다면 어땠을까? 현행법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닌 것은 맞는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다. 과거 전자담배는 담배로 포함되지 않다가 2014년 1월21일 담배사업법 개정으로 담배의 정의에 ‘증기로 흡입하기에 적당하게 제조한 것’이 추가되면서 담배에 포함됐다.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니코틴 포함 용액이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라면 담배가 아닌 ‘담배 유사 제품’으로 분류돼 실내 흡연 금지 등 각종 규제를 벗어날 수 있다.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전자담배도 현행법으로는 담배가 아니다.
그러나 각종 국내외 연구 결과를 보면 ‘담배 유사 제품’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인체 유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유사담배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되는 유사담배 21개 제품을 대상으로 국제암연구소(IARC)가 선정한 1군 발암물질 성분 16종 포함 여부를 검사해보니 20개 제품에서 1종 이상의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7개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 12개 제품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됐고 크롬(17개), 니코틴(15개), 비소(4개)와 부틸알데히드(4개)도 검출됐다.
다만 식약처는 해당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검출된 제품의 유해성분 함량은 해외 기준 또는 해외 문헌 등에서 보고된 것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으며, 유해성분이 검출된 원인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10명 중 8명이 전자담배 실내흡연
문제는 일반 연초에 견줘 냄새가 거의 안나 흡연하기 쉽다는 특성 때문에 금연구역에서 몰래 흡연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들 10명 가운데 8명꼴로 금연 구역에서 몰래 흡연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팀이 2018년 11월3~9일까지 20~69살 성인 7000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1개월 이내 허용되지 않는 장소에서 몰래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3.5%가 ‘있다’, 16.5%가 ‘없다’고 답했다. 몰래 흡연 장소는 가정의 실내(46.9%)가 가장 많았고, 승용차(36.9%), 실외 금연 구역(28.3%) 순이었다.
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운 사람이 훨씬 많았다. 실내 금연 구역에서의 전자담배 사용에 대한 질문에 ‘불가능하거나 모르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92.1%였고, ‘가능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7.9%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완전히 무해한 증기가 아니므로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몰래 흡연 예방을 위한 실내 금연 구역에 대한 인식 개선, 몰래 흡연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