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꼽히는 의사들이 잇따라 ‘강경 대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은 17일 저녁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표 등이 참여하는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어 정부 방침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정신 나간 필수의료 말살 대책을 내놓은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18년째 연 3058명으로 묶인 의대 신입생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늘리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힌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임 회장은 “(정부가) 의료 현장 전문가들과 상의 없이 국가적으로 큰 파급을 줄 수 있는 (의대 증원) 내용을 무책임하게 내놓았다. 증원이 중단되지 않으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역시 이날 의료 전문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의사 수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 주 전 회장 등은 내년 3월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개원의 회원 등 표심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대정부 강경 대응 입장을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연임을 원하는 이필수 의협 회장 등 현재 집행부도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맞서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 지도부 외에 전공의 같은 젊은 의사나 의대생들의 대응도 정부 정책 추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40살 이하 전임의(펠로)·전공의 등이 주축인 젊은의사협의체가 지난 4월 출범한 데 이어, 2021년 3월 이후 회장단이 꾸려지지 않았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새 집행부 선출을 준비하고 있다. 의협이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협이 집단 진료거부에 나섰을 당시 개원의 가운데 휴진 비율은 10%대로 저조했으나 전공의 휴진 비율은 70~80%대였다.
의협 사정을 잘 아는 의료계 관계자는 “대정부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쪽에선 집단 진료거부 등을 촉구하는 한편, 집단행동의 파급이 커지게끔 대형 병원에서 일하는 봉직의·촉탁의 동참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에서 의료계, 소비자·환자 단체 등이 참여한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를 열어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조규홍 장관은 머리발언에서 “의사 수 부족 문제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이다. 의료계의 적극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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