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위한 첫 단계로 대학별 희망 증원 규모와 교육여건 조사를 한달간 진행한다. 교육 기반이 충분한 학교부터 정원을 늘리되 증원은 필요하나 교육 여건 개선이 필요한 경우 투자를 조건으로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정원을 늘려줄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늦어도 내년 4월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해 교육부에 통보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전문가들은 2035년 (의료 수요 대비) 1만명 정도 임상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증원 여력이 있는 의대에는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증원 대상으로)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증원 수요는 있지만 추가 역량이 필요한 곳은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해 (2025학년도 이후) 증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립대 의대가 없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의대 신설 요구가 쏟아지고 있으나, 당장은 기존 의대 규모를 키우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의대를 새로 만들어 의사를 양성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이유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역의대 신설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에 비해 고려 사항이 많다”며 “의사 부족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기존 의대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지역의료 인프라 현황 등을 고려해 지역 의대 신설은 지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언제 확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올해 안에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경실 정책관은 “언제까지 확정하겠다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렵다”며 “(대학별) 수요조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사회적 논의도 마무리해 최대한 신속히 발표하겠다”고만 답했다.
이날부터 각 의대는 희망하는 증원 규모 등 정부가 요구하는 정보를 정리해 대학본부를 통해 제출한다. 복지부·교육부는 복지부 보건의료책실장을 반장으로 하는 의학교육점검반(점검반)을 공동으로 꾸려 11월부터 증원을 원하는 의대들의 과목별 교원 수, 부속병원 여건 등 교육 여건을 살핀다. 이런 조사와 함께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의료현안협의체, 복지부 소속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를 통해 증원 규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를 결정해 교육부에 통보하면,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의대별로 정원을 배분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를 공식화한 뒤 첫 의정 회의가 열렸지만 의협은 의사 인력 확충보단 처우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머리발언에서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자금 지원 등이 없이는 의대를 증원해도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며 “인구는 줄어드는데 의과대학(정원), 의사 수는 늘리는 현재 정책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낸 입장문에서도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는 이해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재정, 의사 양성에 대한 정부 지원 계획, 각 의대의 교육 여건과 능력 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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