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의협은 애초 2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훨씬 적은 수의 회원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2020년 집단 휴진 사태 때와 견주면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설 동력이 적은데다, ‘대정부 투쟁’의 수위·방식을 두고 의협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결과로 풀이된다.
의협 산하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범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필수 의협 회장 겸 범대위 위원장을 비롯해 각 지역 의사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협 산하단체 임원·회원들이 궐기대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저마다 ‘의대 정원 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 증원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의협은 국내 의료 수요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20년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코로나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한다’고 합의한 것을 근거로 정부·의협 양자 협상에서 증원 규모 등을 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 회장은 대회사에서 “정부의 잘못된 의대 정원 확대를 막고자 (의협 회원인) 14만 의사들은 이 자리에서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명한다”며 “정부가 (증원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충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 쪽은 이날 집회에 8천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추산 집회 인원은 약 1천명에 그쳤다. 의협이 사전에 신고한 집회 인원(2만명)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의협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진료 거부에 나선 2020년과 달리, 이번엔 정부가 의사들의 반대가 심한 공공의대 신설 등의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서 투쟁의 불씨가 작은 탓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2020년 집단 휴진에 주축으로 참여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서는 이날 소수 회원이 단체 깃발을 들고나오는 데 그쳤다.
집단행동의 방향을 두고 의협 내부의 의견이 모이지 않은 것도 범대위 주도 집회에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은 원인으로 분석된다. 내년 3월 의협 회장 선거에서 이필수 현 회장의 대항마로 꼽히는 이들은 이 회장 중심의 범대위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꾸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12일 전국 18살 이상 1016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한 결과,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협의 의대 증원 반대 진료 거부와 집단 휴업에 대해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5.6%였고, “지지한다”는 답변은 13.1%에 그쳤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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