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 선별등재’ 9월 시행
건강보험의 재정지출 가운데 약값이 최근 5년 동안 약 3조원이나 늘어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보험약 선별 등재 방식(포지티브 목록), 약값 결정에 건강보험공단의 협상 과정 포함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기존 방식으로 이미 등재된 2만1700여 품목에 대해서는 선별 등재 방식이 적용되지 않아 ‘무늬만 개선 아니냐’고 비판했다. 제약협회는 성명을 내어 “시기상조”라고 반발했고, 미국 대사관 쪽은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올 9월부터 우수 약품만 보험 인정=보건복지부는 3일 이르면 9월부터 가격에 비해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보험 약품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약에 대해서는 약값이 최종 결정되기 전에 건보공단이 제약회사와 가격 협상을 하도록 해 보험 인정 여부를 결정하고 동시에 약값을 낮추는 방안을 도입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방안을 통해 2011년까지 건강보험 총진료비 가운데 약값 비중을 현재의 29.2%에서 24%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며 “과다하게 지출되는 약값을 줄여,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보험급여를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별 등재 방식이 도입되면 치료 및 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만 보험약으로 등재돼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질 좋고 값싼 약을 먹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안은 또 제약업계의 경쟁력 확보에도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약값 폭증 몸통은 내버려뒀다는 비판 피할 수 없어=하지만 이번 약값 적정화 방안은 현재 처방되고 있는 보험약품에 대해서는 선별 등재를 거친 것으로 인정해 최근의 약값 폭증 문제를 개선하는 대책으로는 별로 큰 구실을 못할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담당자는 “이미 등재된 2만1천여 가지의 보험약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 없이 1년에 60개 정도 새로 보험에 등재될 약에 대해서만 경제성 평가를 하려는 것”이라며 “몸통은 놓아두고 깃털만 건드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건보공단의 약값 협상 역시 기존 등재된 품목에 대해서도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선진 7개국 약값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약값을 정하는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선안이 없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앞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고가 신약들이 쏟아져 들어올 전망”이라며 “아무리 건보공단이 협상력을 갖는다 해도 약값 산정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어 약값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순희 복지부 보험급여팀 서기관은 “혁신적 신약에 대해서는 기존의 약값 산정 기준이 없어진다”며 “다만 복제약품의 가격 결정을 위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제약업계 등의 반대 극복해야 실현=정부의 방안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국의 제약사 이익을 위해 미국 쪽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이번 방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약효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으면 보험 약품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며, 건보공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약값이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제약협회 역시 이 제도가 영세한 자본으로 복제약품을 만드는 국내 제약사에는 불리하고, 경제성 평가 전문인력 등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의료진의 처방 행태 또한 달라져야 실제적인 약값 절감이 이뤄질 수 있지만 의료계가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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