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따라 해 보세요. ‘더어엉 덕 더 쿵 덕’” 이승현(43) 경희동서신의학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장이 한 환자에게 장구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장단을 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 첫 개원 경희대 한방음악치료센터
오선지에 걸쳐 있는 주전자 형태의 전통 약탕기에서 다양한 음표들이 수증기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한약재를 넣어 끓는 물에 우려내는 약탕기가 도대체 오선지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약탕기에서 한약냄새 짙게 풍기는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게 아니라 4분음표, 8분음표 같은 것들이 나온다는 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지 … .
상상력의 빈곤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양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별개로 존재해 온 약탕기와 오선지의 연관성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여기서 힌트 하나 드리겠습니다. 약탕기는 한방을 뜻하고, 오선지는 음악을 뜻합니다. 곧 한방과 음악이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지요. 한방의 원리는 목화토금수(木火土水)의 오행을 기본으로 한약, 침, 뜸 등을 이용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습니다. 음악을 질병 치료에 이용할 때 그 원리도 이와 통한다는 겁니다. 음악도 한의학적인 원리에서 보면 목화토금수 차례로 상응하는 각치궁상우(角徵宮商羽)의 다섯음(오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문을 연 경희동서신의학병원 4층의 ‘한방음악치료센터’(센터장 이승현 경희대 교육대학원 한방음악치료전문교육자과정 주임교수)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최초로 한방의 오행 원리를 음악치료에 접목한 곳입니다.
센터 입구 벽에는 글머리에 상상해볼 것을 권유한 상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여러가지 음표를 피워 올리는 약탕기가 오선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약간 기울어진 채 앙증맞게 자리잡고 있지요. 오선지에는 한방음악치료의 영문 약자(OMMT: Oriental Medicine Music Therapy)가 새겨져 있습니다.
센터는 환자 상담실과 입원환자 치료실, 외래환자 치료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방음 설비를 갖춘 치료실에는 장구·북·소고·꽹과리·징 등 국악기와 피아노·마라카스·우드블록·차임벨 등 서양악기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한방음악치료는 1회 40분씩 모두 10회를 받아야 합니다. 주된 치료 내용은 환자가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것입니다. 물론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한방음악치료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승현 센터장은 첫 치료에 앞서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환자를 의뢰한 곳의 진료기록부를 토대로 환자와 상담을 벌여 질병 치료에 적합한 장단·가락·음색 등으로 구성된 한방음악치료법을 처방하는 겁니다.
센터는 지난달 26일부터 병원의 다른 진료과에서 의뢰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서너명씩 한방음악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고창남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중풍 환자들은 뇌의 손상만큼이나 우울증을 겪는다”며 “중풍 환자 서너명을 센터에 의뢰해 보니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방음악치료는 기존 한방치료의 보조수단이기 때문에 센터는 환자를 독자적으로 받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의 힘은 위대합니다. 언젠가는 한방음악치료가 한약 또는 침 치료와 대등하게 취급되는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글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센터는 지난달 26일부터 병원의 다른 진료과에서 의뢰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서너명씩 한방음악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고창남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중풍 환자들은 뇌의 손상만큼이나 우울증을 겪는다”며 “중풍 환자 서너명을 센터에 의뢰해 보니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방음악치료는 기존 한방치료의 보조수단이기 때문에 센터는 환자를 독자적으로 받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의 힘은 위대합니다. 언젠가는 한방음악치료가 한약 또는 침 치료와 대등하게 취급되는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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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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