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두 나라는 9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 이전에 제3국에서 의약품 분야만의 별도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과 복수의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은 시기와 장소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쪽은 특히 8월 중에 싱가포르 등 동남아지역에서 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이 별도 협상은 막후협상이 아닌 공개협상이며, 시기와 장소는 물론 최종적으로 협상을 할지도 한-미 양국이 최종 합의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의원은 이날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약값 정책, 에프티에이 협상 대상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약값에 대한 한-미의 합의를 위해 미국에서 예정된 3차 에프티에이 협상 전에 제3국에서 막후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만복 보건복지부 한미에프티에이국장(정부 협상단 의료분과장)은 “미국과 리얼타임(실시간)으로 발표해야 할 문제이므로 기다려달라”고 답변해 사실상 3차 협상 이전에 사전협상이 있을 것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현 의원은 “복지부가 앞에서는 의약품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은 협상대상이 아닌 정책주권에 관한 사항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니며 협상하고 있다”며 “민감한 의약품 문제를 상대적으로 이목이 적은 제3국에서 정식 회담도 아닌 별도 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이 제안한 에프티에이 협정 초안에 ‘유사 의약품’에 대해서도 자료독점권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유사 의약품’이란 같은 성분을 가진 ‘동일 의약품’과는 달리, 성분은 달라도 같은 효능을 가진 의약품을 일컫는다.
이창곤 김양중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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