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기념 문집 〈집에(zuhause)〉를 펴낸 독일 파견 간호사 출신의 재독한국여성모임 회원들이 30일 서울 인사동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오른쪽 부터 조국남, 김영옥, 박정자, 변숙영, 나숙희, 김순임, 박정숙, 송현숙, 안차조씨.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30년만에 고국서 모임 가진 재독 출신 간호사들
“(1968년) 경부고속도로를 놓을 당시 독일에 갔고, (도로를) 계속 놓기 위해 일했죠.”
1970년 간호사로 취업하기 위해 독일에 간 박정숙(56)씨는 지금 치과의사다. 그곳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해 밤을 밝혀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린 박씨는 85년 치과의사가 됐다. 박씨처럼 72년 간호사로 독일에 갔던 송현숙(55)씨는 현지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지난 84년 전남대로 유학을 와 한국미술사를 다시 익혔다. 간호사에서 화가로 변신하게 된 내력을 송씨는 “한국과 독일의 문화적 차이를 그림일기식으로 그리기 시작한 게 계기였고 고향 생각을 달랠 수 있어 더욱 그림에 매달렸다”고 말한다.
박씨와 송씨처럼 지난 60~70년대 한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독일로 파견된 간호사들이 30여년 만에 고향땅 한국에서 다시 뭉쳤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주 열린 ‘재외동포 엔지오 대회’에 참석해 독일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의 현실과 애환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친척을 만나기 위해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은 예는 많지만 이번처럼 10여명이 동시에 한국에서 모임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의 결속력은 이미 1978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재독한국여성모임’을 꾸리면서 다져졌다. 76년께 재독 간호사들 가운데 강제로 해고당하고 한국으로 송환까지 되는 예가 늘자, 이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힘겨운 싸움 끝에 독일 연방정부를 상대로 무기한 체류 허가를 받아내면서 이들은 ‘조직의 힘’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79년부터 ‘재독한국여성모임’ 회지를 만들고 91년부터는 소식지 〈까치소리〉를 펴내고 있다.
76년 강제해고·송환 대응 위해 첫 조직 꾸려
노동탄압·정신대문제 알리고 모금활동 펼쳐
회원 12명 인종차별·향수 담은 에세이집 펴내 이들이 그간 펼친 활동은 눈부시다. 70~80년대 노동운동의 대표적 탄압 사례인 ‘와이에이치 사건’(79년)과 ‘원풍노조 투쟁’(82년)을 독일 사회에 알리고 성금을 모아 한국 여성노동자들에게 전하는 일에 앞장섰다. 또 풍물패를 조직해 한국 전통문화를 독일에 전파하고 재독동포 2세를 위한 한국어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90년대 초반부터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연대해 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후원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조국남·안차조씨 등 12명의 회원은 지난 2003년, 30여년에 이르는 독일 생활에서 느낀 인종차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를 모아 기념 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모임에서는 이때 쓰여진 글에 창립회원 4명의 인터뷰를 묶어 지난 5월 단행본 〈집에(zuhause)〉를 독일 현지에서 독일어로 펴냈다. 재외동포 사회에서 현지언어로 이런 책을 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안차조(61)씨의 글에는 당시 2만여명에 이르렀던 재독 파견 간호사들의 응어리진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독일인들도 내가 거주하는 곳을 묻기보다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독일에서 살아도 나는 이방인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노동탄압·정신대문제 알리고 모금활동 펼쳐
회원 12명 인종차별·향수 담은 에세이집 펴내 이들이 그간 펼친 활동은 눈부시다. 70~80년대 노동운동의 대표적 탄압 사례인 ‘와이에이치 사건’(79년)과 ‘원풍노조 투쟁’(82년)을 독일 사회에 알리고 성금을 모아 한국 여성노동자들에게 전하는 일에 앞장섰다. 또 풍물패를 조직해 한국 전통문화를 독일에 전파하고 재독동포 2세를 위한 한국어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90년대 초반부터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연대해 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후원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조국남·안차조씨 등 12명의 회원은 지난 2003년, 30여년에 이르는 독일 생활에서 느낀 인종차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를 모아 기념 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모임에서는 이때 쓰여진 글에 창립회원 4명의 인터뷰를 묶어 지난 5월 단행본 〈집에(zuhause)〉를 독일 현지에서 독일어로 펴냈다. 재외동포 사회에서 현지언어로 이런 책을 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안차조(61)씨의 글에는 당시 2만여명에 이르렀던 재독 파견 간호사들의 응어리진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독일인들도 내가 거주하는 곳을 묻기보다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독일에서 살아도 나는 이방인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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