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마크로젠 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용 쥐를 이용해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꺼지지 않는 전자파 유해 논란
휴대전화 4000만대가 누군가의 귓가에, 주머니 안에 또는 책상 위에 늘 켜져 있다. 잠잘 때에도 휴대전화는 머리맡에서 충전 중이다.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항상 몸에 밀착해 있는 휴대전화는 그만큼 전자파의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행된 주요 연구들은 아직까지 전자파의 유해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1998년부터 영국·독일·일본·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 13개 나라에서 휴대전화와 뇌종양 등 암의 관계를 역학연구를 통해 밝히기 위해 ‘인터폰’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올해 모두 마무리되는데,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는 휴대전화와 암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견해도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07년에도 전자파의 건강영향 평가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최형도 박사는 “전자파에 매우 심하게 노출되면 인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연구 표본이 너무 적거나 일반적인 환경조건과 전혀 다른 조건에서 연구가 이뤄져 유해성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99년부터 휴대전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서울대 유전자이식연구소 서정선 교수는 “지금의 엄청난 휴대전화 보급률은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수준의 급격한 환경 변화”라며 “아직까지 전자파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대세이지만,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자파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정부와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이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