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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2년8개월만에 재상륙

등록 2006-11-26 00:12

하림 도계장 폐쇄 없이 외부공급 닭만 처리

닭이나 오리 사육 농가에 큰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국내서 2004년 3월 이후 2년8개월만에 다시 발생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발병 의심 지역에 국내 1위 닭 가공업체의 도축장을 비롯, 여러 농장이 밀집해 있어 더욱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체 감염의 경우 대부분 직접 접촉을 통해 이뤄지고, 아직 감염 조류의 고기를 먹어 전염된 사례가 없는 만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 혈청형 H5N1..2003년 발병 때와 같은 종류

농림부는 25일 "지난 22일 전북 익산 종계(씨암탉) 사육 농장에서 발생한 AI가 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 검사 결과 가금류에 피해가 큰 '고병원성', 혈청형 H5N1으로 최종 판정됐다"고 밝혔다.


AI 바이러스는 병을 유발하는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뉜다.

고병원성은 닭 등이 한 번 감염되면 100%에 가까운 폐사율을 보이고 사람에게까지 옮겨지는 등 위험이 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도 A급 질병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AI'라고 말하면 바로 이 고병원성 AI를 가리키는 것이다.

반면 저병원성은 폐사율이 높지 않고 인체에도 해가 없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또 AI 바이러스는 표면에 존재하는 혈구 응집소의 특징에 따라 H1~H15, '뉴라미니다제'라는 효소가 나타내는 표면 단백질의 특징에 따라 N1~N9으로 나뉜다. 결과적으로 H와 N형을 조합하면 총 135개의 다양한 AI 바이러스 종류가 존재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고병원성 AI는 모두 H5 또는 H7형에 속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한국에 상륙한 H5N1형은 지난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우리나라 전국 10개 시.군 19개 농가에서 발생, 530만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되는 등 1천5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AI 바이러스와 같은 종류다.

또 세계적으로는 지난 10일 이집트 카이로 남부 지역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에서 이 H5N1형 AI가 발견돼 이동제한과 살처분 등 방역조치가 현재 취해지고 있다.

◇ 하림 도계장 폐쇄 안해..외부 지역 닭 처리

고병원성 AI가 확인됨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매뉴얼에 의거, 발생 농장으로부터 500m 반경 안에서 사육되고 있는 6개 농가의 23만6천마리의 닭과 오리는 모두 살처분된다.

이미 익산시에 설치된 방역대책본부는 고병원성 확진에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병원균의 확산을 막기 위해 AI가 발생한 농장에 남아있던 닭 6천여마리와 개 2마리를 모두 도살했다.

아울러 당국은 발생 농장에서 달걀을 공급받은 익산 소재 부화장 2곳에서 현재 부화 중인 종란 600여만개와 3㎞ 반경내 '위험지역'에서 생산된 닭과 오리의 식용란및 종란을 모두 폐기할 계획이다.

또 반경 10㎞ '경계지역'의 경우 당분간 이 지역 닭.오리 등 가금류의 이동이 금지되며 농장 소독, 외부 출입자 통제 등 차단 방역이 강화된다.

경계지역에서는 가금류, 생산물, 사료, 동물약품 운반 차량도 외부와 바닥, 바퀴 등을 소독해야만 드나들 수 있고, 분뇨 차량의 경우 통행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현재 발병 농장의 반경 500m~3㎞ 사이에는 19개 농장에서 37만1천마리, 3㎞~10㎞ 사이에는 현재 196개 농장에서 443만8천마리의 닭과 오리를 기르고 있다. '경계지역' 안에 현재 모두 221개 농가 500만여 마리가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는 10㎞ 안 경계지역에 우리나라 닭고기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닭 가공업체 하림의 도계장과 이 업체에 닭을 공급하는 계열 농장이 많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문제의 농장 역시 하림 계열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는 발병 농장에서 약 8㎞ 떨어진 하림의 도계장을 전면 폐쇄하지 않고 방역관을 파견해 경계지역 밖에서 들여온 닭만 도축하고 정해진 경로를 통해서만 운반토록 조치했다. 경계지역 안에서 생산된 닭은 이 도계장으로 반입되지 않는다.

이는 하림과 동우 등 이번 발생 지역 부근에 소재한 대형 가공 업체들이 완전히 문을 닫을 경우 국내 닭고기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아직 문제의 농장 이외 다른 곳에서는 AI 의심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평택 양계장의 200여마리 폐사의 원인도 저병원성 AI로 판명됐다.

지난 2003년 12월 충북 음성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을 당시 최초 폐사가 나타난 뒤 일주일이 넘어 신고가 이뤄진 것에 비해 이번에는 19일 첫 발병 이후 이후 3일만에 정부가 신고를 접수하고 조치를 시작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AI 확산 여부와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초동 검역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당시 최초 발병 이후 5일, 7일 뒤에 각각 부근 농장에서 후속 발병이 보고된만큼 이번에도 다음주 초까지는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정부는 철새를 통한 감염이 원인일 경우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철새가 돌아가는 2월 말까지 철새 도래지와 주변 농장에 대한 역학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 "고기 먹는다고 감염 안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인체 감염 여부다.

원인 바이러스로 밝혀진 H5N1형은 일단 사람에게도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정부는 일단 해당 경계지역의 농장 종사자, 살처분 관련자 및 방역 요원들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보호복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 초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모두 256명이 고병원성 AI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151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3년 AI 발병 당시 감염자가 4명 나왔으나, 이들은 항체 형성만 확인되고 발병하지 않아 다행히 정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다.

AI가 사람에 옮겨지는 것은 병에 걸린 닭 등을 잡는 과정에서 떨어진 비늘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감염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일반 국민들이 지나치게 감염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또 만에 하나 감염된 닭고기가 유통돼 먹게 된다고 해도 전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직 세계적으로 사람이 감염된 고기를 먹어서 걸린 사례는 보고된 바 없고, AI 바이러스는 섭씨 75도씨 이상에서 5분 동안만 열처리하면 쉽게 죽기 때문에 조리한 닭고기는 더욱 안전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12월 AI 발생 소식이 전해진 뒤 실제로 닭 및 오리 소비량은 평상시의 40% 수준까지 급감한 바 있어 정부는 닭고기 등 수급에 대한 대책과 홍보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농림부는 앞으로 살처분 가금류와 폐기된 계란 등에 대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시가대로 보상하고 필요할 경우 생계 안정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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