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다녀온 농민 없어
일부선 “불확실할 땐 무조건 철새냐” 반박
일부선 “불확실할 땐 무조건 철새냐” 반박
“철새에 의한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
농림부는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 방지를 위한 고강도 방역 작업과 함께, 바이러스 유입 경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중이다. 현지에 파견된 수의과학검역원 소속 중앙역학조사반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농가와 부화장, 농가를 출입했던 분뇨·사료·약품 차량들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역량을 총동원해 한달 안에 발병 원인을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2003년에도 끝내 증거 못찾아
농림부의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보면, 발생 농가 주인이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철새 도래지를 방문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농가 주인이 옮겼을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철새 배설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익산의 발생 농장이 철새 도래지인 금강 하구둑에서 불과 15㎞정도 떨어진 곳에 있고, 발생 시기가 철새 도래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정확한 유입 경로를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2003년에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도 철새 배설물 등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2003년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조사 결과 북방계 철새와 유전자형이 같다는 것을 근거로 철새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했다”며 “딱부러지게 유입 경로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원성 바이러스 정보 부족”
환경단체와 조류 전문가들은 전파 경로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 원인을 철새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경원 환경운동연합 습지해양팀장은 “방역당국에서 원인을 찾기 힘드니까 철새에 의한 전염 가능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전문가인 국제습지보호단체의 태지 뭉크 박사도 “철새들이 H5N1 바이러스를 장기간 동안 운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장 검증이 되지 않았는데도, 야생조류가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인 것처럼 인식됐다”며 “고병원성 H5N1의 보균 현황 뿐만 아니라 정확한 이동 경로 및 습성에 관한 최신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철새는 우리나라로 오기 전에 죽을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닭·오리에서 철새로 바이러스가 옮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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