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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에로물로 아는데 참… ‘변강쇠’는 인권영화야~

등록 2007-05-03 13:41수정 2007-05-03 21:17

이대근
이대근
‘이대근, 이댁은’ 주연 이대근
1일 개봉한 <이대근, 이댁은>(감독 심광진)은 배우 이대근(66)의 이름을 앞세운 첫 영화가 아니다. 그전에 액션 영화 <대근이가 왔소>(1979)가 있다. 한방 두방 세번째 주먹이면 상대가 줄행랑을 놓는 액션 스타, 그의 이름만으로도 관객이 들던 1970년대다. 1980년대 들어 <뽕> <변강쇠> 등 해학극 속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강한 남성의 대표 주자가 됐다. 41년 연기 경력, 출연작만 300여편이다. “아 마님~.” 특유의 말투를 떠올리며 코믹 에로 배우로 그를 기억한다면, 잘못 봤다.

<이대근, 이댁은>에서 뒷 모습이 쓸쓸한 70대 노인이라 그도 쇠잔해진 줄 알았다.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를 지난 1일 만나보니 천만의 말씀이다. 두 뺨이 붉고 어깨는 여전히 떡 벌어졌다. ‘그래서’를 고리 삼아 말이 흐르고 흘러 깜짝 정신을 차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 가닿기도 했다. 타령조 물결 안에는 사금파리처럼 기막히게 반짝이는 표현이 묻혀 있다.

#1. 그 청년의 주먹 = 이대근의 출세작은 신상옥 감독이 제작한 <실록 김두한> 등 김두한 시리즈 5편이다. “드라마 <수사반장>에 140번이나 범인으로 나왔어. 그땐 가난해서 사회가 책임져야 할 범죄도 많았거든. 그래서 범인이어도 사람들이 좋아했어. 그걸 보고 신상옥 감독이 캐스팅했어. 어릴 때 몸이 약해 어버지가 운동을 안 하면 혼을 냈어. 당수(태권도), 레슬링에 기계체조까지 했지. 그래서 액션이 됐어.” <거지왕 김춘삼> <제3부두 고슴도치> <오륙도 이무기> <시라소니>…. 용팔이 시리즈의 박노식이 떠난 자리 액션 영화판에서 그의 경쟁자는 거의 없었다. “박노식은 주먹이 전세계에서 제일 예뻐. 그 다음이 나야. 1년에 17~18편씩 찍었지. 통유리도 진짜인데 대역 없이 뚫고 지나가야 했어. 코 부러졌지. 바다에서 배에 묶여 하루 종일 끌려 다니다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 갔어. 액션영화가 한동안 쭉 갔던 게 당시 강한 자가 선하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는 눈 떠보니 배우가 된 사람이 아니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극, 영화, 드라마를 두루 섭렵했다. “이것 저것 먹고 손가락 발가락이 자라는 것처럼 이런거 저런거 보다가 배우가 됐지. 계란 하나 먹기가 힘든 시절에 영화에선 프라이를 척척 해먹고…. 연극이 뭔지 영화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그 꿈 속에서 살고 싶었어.”

<뽕>
<뽕>
#2. 변강쇠, 오해 = “<변강쇠> <뽕>을 에로물로 아는데 참…. <뽕>은 한국 문학전집에도 들어가는 나도향 소설이 원작이야. 내가 옷을 벗었나 키스를 했나. 이걸로 평론가상을 받았다고. <변강쇠> 시대에 남편이 죽으면 친정도 못가고 할머니 돼 죽어 나가야 돼. 그런데 옹녀는 그렇게 안 살았어. 변강쇠는 제도에 덤비는 (상징으로) 큰 아랫도리를 가진 거야. 제도에 얽매어 사느니 산에 가서 돼지, 닭을 치며 살겠다고 주장하는 인권 영화야. 변강쇠가 제도를 뜻하는 장승을 도끼로 내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감정을 한껏 모았지.” 이밖에도 그의 이력엔 유현목 감독의 <장마>,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 정진우 감독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등 당대 문제작이 빼곡하다.

<이대근, 이댁은>
<이대근, 이댁은>
#3. 노배우의 주름 = <이대근, 이댁은> 속 그는 구멍가게 앞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노인이다. 악극단 따라 다니다 가족들 나 몰라라한 탓에 자식들과 사이가 벌어질대로 벌어졌다. 그가 아내의 기일을 맞아 자식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데 화목하다 싶더니 곧 서로 상처를 후벼판다. “노인들 외로움을 어떻게 치유해줄 건가. 살다보면 뜬구름 잡다 김 마담 엉덩이도 슬쩍 보게 되고 그러다 가족이 파편처럼 쪼개져버리기도 하고…. 자기가 자기를 용서할 수 없는 아픔이 제일 큰 법인데 그런 아버지들의 삶이 녹아 있어.”

다음 작품에선 다시 액션의 합을 맞추고 있다. 곽재용 감독의 <무림 여대생>이다. “홍콩 애들 30명 하고 겨뤘거든.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배호의 노래가 나오면서 몽둥이로 때리고 피하고 그랬지.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는 내가 잘 날리거든.” 그는 “<대부> 같은 영화나 기독교 정신이 담긴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를 듣다보니 이야기가 우로 좌로 코너를 돌아 영화 <타이타닉>으로 넘어가 있었고, 어느새 그만의 해석이 보태졌다. “<타이타닉>이 사랑 영화라고 하는데 기독교 영화거든. 여자한텐 남편 될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남자 주인공이랑…. 결국 남자 주인공이 얼어 죽는 벌을 받잖아.” 맞장구 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그는 자신의 남은 꿈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렇든 저렇든 배우로 부끄럽지 않은 작품 내놓으면 되는 거지.”

<이대근, 이댁은>
<이대근, 이댁은>

<이대근, 이댁은>
<이대근, 이댁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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