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환경정의 회원들이 '맥도날드는 이제 그만!'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현장] 비만·성인병 원인 지적속 ‘아주 특별한 생일잔치’ ‘황금 아치’가 빛을 잃고 무너져내리는가. 전세계 119개국에 3만여개 매장을 갖추고 지난해 20조원어치의 햄버거를 판매한 맥도날드가 15일 ‘50살’ 생일을 맞는다. 그러나 50년 만에 세계 최대의 음식체인으로 자리잡고 미국적 문화의 상징이 되어 ‘황금 아치’로 불리는 맥도날드의 50살 생일상에 꽃다발이 올라오는 것만은 아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소비되는 주요 국가들에서 생일상에 ‘재’를 뿌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 BBC는 맥도날드가 제3세계 어린이들을 굶주리게 하고 건강에 해로운 식품을 판다고 비난해 소송에 휘말린 두 환경운동가의 법정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맥도날드의 50돌에 방송한다. 급속하게 서구식 패스트푸드점이 늘고 있는 한국에서도 맥도날드를 위한 특별한 생일상이 펼쳐졌다. 50살이 된 로널드에게 “맥도널드 이제 그만!!” 햄버거 선물 4월15일 50살 생일을 맞는 맥도날드를 위해 패스트푸드 반대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환경정의’(공동대표 김일중 등 4명)가 14일 서울 대학로에서 색다른 생일잔치를 벌였다. 보통 생일잔치라면 꽃과 선물을 든 축하객들이 몰렸겠지만, 이날 모인 환경정의 회원 20여명은 맥도날드쪽에 섬뜩한 선물을 안겼다. 올해 50살이 된 로널드(맥도날드의 마스코트)에게 햄버거를 선물했는데 햄버거를 벌리자 “맥도널드 이제 그만!!”이란 구호가 튀어나왔다. ‘축하객’들은 “맥도날드 50년사 나는 너의 장례식을 고대한다” “맥도날드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같은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환경정의는 맥도널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점이 생긴 이후 전 세계적인 비만율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심장병과 당뇨병, 각종 암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미끼상품으로 전세계 아이들 유혹…생태계 파괴를 가속화”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맥도날드는 엄청난 물량의 광고와 미끼상품으로 전 세계 아이들을 유혹하고 정크푸드를 마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것처럼 홍보하며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하는 다국적 기업”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려면 지금부터라도 맥도날드 그만 먹기, 패스트푸드 그만 먹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4월24일 대학로에서 열리는 ‘지구의날’ 행사 때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 시사회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990002%% 시위를 관심있게 지켜본 김혜미·박경란(영등포여고3)양은 “몸에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돈과 시간이 없을 땐 어쩔 수 없이 먹게 된다”며 “친구들도 패스트 푸드를 많이 먹으면 뚱뚱해진다고 알고 있고 예전에 비해 먹는 횟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시간 무렵 열린 특별한 생일잔치는 30분 만에 끝났다. 맥도날드 매장 안쪽에는 엄마와 함께 온 어린 아이가 세트 메뉴의 선물로 나오는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국내외에서 “맥도날드 한달간 먹었더니…” 잇단 실험에 위해성 급속전파 패스트푸드에 대한 시민사회와 소비자단체들의 문제제기는 미국의 모건 스펄록 감독이 <슈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어 패스트푸드가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고발하면서 본격화했다. 스펄록 감독은 이 영화에서 직접 30일간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만을 먹으며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담았다. 제작자인 스펄록 감독은 촬영을 마칠 당시 체중이 84kg에서 96kg으로 12kg 늘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상승한 것을 보여주고, 패스트푸드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 충격을 안겨줬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실험을 환경정의시민연대 상임활동가 윤광용씨가 시도하다가 건강악화를 우려한 의료진의 제지로 중단된 바 있다.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 빛을 잃는가 ‘황금 아치’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체인 맥도날드의 상징인 황금색 M자를 말한다. 전 세계의 맥도날드 햄버거가게엔 빠지지 않고 이 황금아치가 솟아 있거나 간판에 새겨져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문명에 익숙한 이들은 맥도날드 햄버거가게가 들어선 곳이면 ‘안전하고 서구문화가 받아들여지는 익숙한 곳’이라는 안도를 하게 된다. 맥도날드가 단순히 하나의 햄버거 가게 이상의 미국중심문화의 상징이 된 데에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이 뒷받침됐다. 프리드먼은 99년에 발간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가 있는 나라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골든 아치 분쟁예방 이론’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맥도날드햄버거를 먹게 될 정도면 중산층이 넓어진 것이고 또 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갖추었을 뿐아니라 안락한 삶을 추구하게 된 것이니 이런 나라들끼리는 이념과 민족적 문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맥도널드를 즐길 정도로 의식이나 생활수준이 국제화된 나라들은 전쟁의 무모함과 비합리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골든아치 이론은 이 책이 발간된지 두달 만에 맥도날드가 성업중인 유고슬라비아에서 참혹한 민족간 종교간 분쟁이 일어나고 미국과 전쟁이 벌어지면서 설명력을 잃었다. 또한 9.11테러 이후에는 맥도널드사 스스로가 중동 등 10개국에서 1백75개의 맥도날드 점포 철수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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