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2백만원미만 계층 ‘우울증 위험률’ 2배 높아

정신장애 일년유병률 변화 추이

40~50대 중년남성·20대
5년새 주요 우울장애 증가

우울장애를 1년 동안 한 차례라도 경험하는 비율이 5년 새 껑충 뛰었다. 우울장애는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쉽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 양극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가 우려된다.

보건복지부는 31일 2001년에 이어 5년만에 시행된 2006년도 정신질환 실태 역학 조사 결과 우울증의 ‘1년 유병률’이 성인 인구의 1.8%에서 2.5%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평생 병적인 우울감을 한 차례 이상 경험하는 비율인 ‘평생 유병률’도 4.0%에서 5.6%로 늘어났다. 이는 서울대 의대 조맹제 교수의 책임 아래 12개 대학이 전국 18∼64살 1만2849명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다. 정신질환의 1년 유병률은 성인 여섯 명당 한 명 꼴인 17.1%(545만8394명)였으며, 평생 유병률은 세 명당 한 명 꼴인 30%였다.

연구팀은 니코틴·알코올 사용장애, 기분장애(우울장애 등), 정신병적장애(정신분열증 등), 불안장애(대인공포증 등), 섭식장애(신경성 대식증 등), 신체형장애(건강염려증 등) 7종류에 해당하는 25개 정신질환을 조사했다.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빼면 1년 유병률은 8.3%(264만930명), 평생 유병률은 12.3%로 줄어든다.

이런 정신질환의 유병률은 2001년보다는 감소했다. 알코올 사용장애가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우울증을 포함하는 기분장애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기분장애는 주요우울장애, 양극성장애, 기분부전장애 등을 말하는데, 성인 가운데 95만2180명이 연간 한 차례 이상 이런 질환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우울장애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으로, 기분장애가 늘어난 것은 주요우울장애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연구팀은 “지난 5년 간 40~50대 중년 남성과 20대 남녀에서 주요우울장애가 증가했다”며 “무직, 저소득층, 이혼·별거·사별 등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위험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2001년과 비교했을 때는 저소득층과 남성의 유병률 증가가 뚜렷했다. 연구팀은 200만원 미만의 수입을 가진 계층에서 우울증의 위험도가 다른 소득 계층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위험도는 월소득 300만원 이상을 1로 잡았을 때 월소득 200만원 미만은 2.3에 이르렀다.

가장 흔한 정신질환은 술을 남용·의존하는 알코올사용장애로, 전체의 16.2%가 평생 한 차례라도 이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5.6%는 조사 시점 이전 한 해 동안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내 정신장애 평생유병률을 외국과 비교하면 유럽 평균인 25.0%와 비슷했고, 미국이나 뉴질랜드보다는 낮았으나 중국·나이지리아보다는 높았다”면서 “특히 알코올 의존의 평생유병률은 미국 18.6%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