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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달고 기름진 음식 ‘폭식’ 부를 수도

등록 2005-04-26 17:34수정 2005-04-26 17:34

⑩ 경계해야 할 설탕·지방

요즘 몸짱 열풍으로 웰빙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설탕이나 지방과 같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음식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설탕·저지방 식품이 아니면 건강식품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끼는가 하면, 패스트푸드 처럼 지방 또는 설탕이 많은 음식들이 중독을 부를 수도 있다는 주장에 귀가 솔깃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는 행위나 식욕,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과연 그런 자연스러운 일상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조절할 수 없으며 금단이나 내성 증상이 생길 정도로 병적인 중독 현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실제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뇌의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쁨과 쾌락을 느낀다고 한다.

술과 담배, 마약과 같이 중독이 되는 물질들도 뇌 보상회로의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쾌락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의 분비의 정도가 정상적인 욕구의 의한 것보다 크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이런 물질들을 찾게 만들고 결국 의존이나 남용이라는 질병을 일으킨다.

쥐, 고지방 식이 반복시켰더니
뇌 상태 모르핀 투약때와 비슷
설탕 많이 줄수록 빨리 먹어대
중단하니 ‘안절부절’ 금단현상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식욕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중독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고 하겠다. 특히 설탕이나 지방은 다른 음식들보다 이런 뇌 보상회로에 작용하는 작용이 크다고 한다.


실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연구팀에 따르면 쥐에게 고지방 식이를 지속적으로 주었을 때 뇌의 신경생물학적 변화가 모르핀과 같은 중독성 약물을 지속적으로 주입했을 때와 비슷하게 변화했다고 한다. 만성적으로 고지방 식이를 반복적으로 먹인 경우 실제 뇌에서 변화가 생겨 고지방 음식을 자꾸 섭취하려는 행동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연구팀도 쥐에게 설탕을 많이 주면 줄수록 더 빨리 먹어치우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 갑자기 설탕을 중단하면 소위 금단 증상과 같이 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반복적인 설탕 섭취가 뇌에서 즐거움과 관련된 ‘오피오이드’이라는 내인성 화학 물질의 생성을 증가시키며 오피오이드에 의해 뇌 보상회로의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설명하였다. 실제 이런 현상은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신경성 대식증이라는 식이장애에서 보이는 폭식 등의 이상 행동과도 비슷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설탕이나 지방이 다른 음식들보다 뇌 보상회로를 더 자극시켜 중독에 이를 소지가 많다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런 결과들은 모두 동물실험에서 나온 것으로 정확성과 과학성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이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 특정 음식에 대한 중독 가능성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했던 사람도 의사나 과학자가 아닌 담배소송을 주도했던 조지워싱턴대학교 법대의 벤자프 교수이다. 그는 폭식이나 비만이 설탕이나 지방이 많은 패스트푸드에 중독되어 일어나는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설탕과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이 중독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설탕이나 지방이 중독성이 많은 물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설탕이나 지방을 술이나 마약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설탕이나 지방을 줄인 식단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탕이나 지방을 줄이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늘일 수 있는 자율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식단에서 어떻게 지방이나 설탕을 줄이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내가 지방이나 설탕이 많이 함유된 어떤 특정 음식에 대해 조절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갑자기 중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유난히 초콜릿을 좋아하고 매일 일정량 이상을 먹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면, 갑자기 초콜릿을 먹지 않고 견디기 보다는 작은 크기의 초콜릿으로 바꾸어 가며 줄여가는 것이 좋다.

설탕이나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갑자기 중단할 경우 오히려 폭식을 유발할 수 있다. 천천히 새로운 식단이 나에게 습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윤수정 교수 / 가톨릭대학 성바오로병원 정신과 np-su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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