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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간호보조 5명중 1명꼴 비정규직 ‘고용불안 신음’

등록 2008-09-03 13:41

10년새 세배로 늘어나
박아무개(38)씨는 2005년부터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환자를 검사실로 데려다 주고 약품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계약직이던 그에게, 병원은 이듬해 9월 말 “월급을 올려줄 테니 파견업체로 가라”고 했다. 하는 일은 그대로였지만 소속만 바뀌었다. 그런데 오는 30일 파견 기간 2년을 앞두고, 그는 병원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파견업체와 병원 쪽이 “2년 된 사람들은 나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일한 파견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피하려는 것이다.

이 병원에 박씨 같은 파견 노동자는 65명이다. 간호조무사 자격자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약품 정리 말고도, 침대 시트를 갈거나 환자 용변을 치우는 등 간병 일도 한다. 박씨 등 파견직 노동자 30여명은 노조를 결성해 병원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간병 업무 등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대형 병원들에선 흔한 일이다. 병원에 간호 보조 인력을 파견하는 전문 업체만 5~6곳에 이른다. 박씨만 해도 2003년 한강성심병원 화상치료실에서 환자들을 소독하고 붕대 감아주는 일을 했다. 그때도 파견직이었다. 그는 “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18명이 뒤섞여 일했는데, 파견직은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 월급의 3분의 2밖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병원 43곳의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만여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20.4%였다. 이 가운데 병원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은 11.2%, 용역·파견 등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이 9.2%였다. 1997년 6.2%에 그쳤는데, 10년 새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계약직 등 직접 고용 비정규직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임금 등에서 더 열악한 간접 고용 비정규직 비율은 2004년 이후 9~10%대에서 줄지 않고 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은 “병원들이 인건비를 낮추려고 새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지만, 용역·파견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적용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들이 병상 늘리기에 급급할수록, 열악한 처지의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이영미(38) 강남성모병원 비정규 노동자 대표는 “정규직이 나간 자리를 저임금의 파견 노동자들로 채워 오면서 수익을 쌓은 병원이 내년 5월 새 병원 개원까지 앞두고 2년 동안 일한 파견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내다 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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