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짜증과 스트레스에 ‘돌아버릴 것 같다’며 중년 남자가 병원을 찾았다. 업무와 사람에 치이다 몸이 상하는 듯해 웰빙 식이요법에 들어갔는데, 에너지가 솟기는커녕 성격만 포악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식이요법을 들어보니 몸에 좋지 않다는 음식은 완전 금기. 유기농 웰빙 야채만 고집하며, 그것도 생으로 먹는 것 아니면 삶거나 데치는 게 전부였다.
최근 웰빙 습관을 실천하고 있으면서도 만족감보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 원인 중 하나가 ‘웰빙’이 아니라 ‘웰빙 먹을거리’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웰빙은 몸에 좋은 것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다. 사실이 이럴진대, 몸에 좋다는 음식만 엄격히 골라 먹느라 마음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인체가 진정 웰빙한다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요즘은 웰빙을 넘어 웰니스가 삶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웰니스란 개인의 건강한 삶을 넘어 사회적 건강, 즐거운 삶의 개념을 포함한 것. 웰빙 음식 강박관념이 자신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이것이 스트레스로 발현돼 주변 사람에까지 전염된다면, ‘사회적 건강’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스트레스는 ‘마음대로 못해서’ 발생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억지로 강요하거나 금기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시켜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피로, 우울증, 불안 등 다양한 증상을 야기한다.
최근 영국 UCL대학은 행복감을 느낄수록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한 예로부터 음식은 생존의 필수사항임은 물론 행복을 느끼게 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은 음식이 인간에게 주는 행복감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샌드위치를 처음 먹어본 외계인 엄마는 음식 맛의 경이로움에 한참 동안 눈을 감고 환희의 표정을 짓는다.
원하는 것이 오직 콜라 한잔인 사람에게 카페인이 좋지 않다며 무조건 금기하고 웰빙 음식도 의무감에 먹게 한다면, 웰빙은커녕 짜증과 스트레스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카페인은 적정량을 섭취할 경우 피로를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콜라뿐 아니라 커피, 초콜릿 등도 마셔서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야말로 웰빙 음식. 먹는 것에 대한 지나친 금기는 때로 정신을 피폐하게 할 수 있음을 알아두자.
김창기/ 김창기 정신과 원장 www.feel-good.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김창기/ 김창기 정신과 원장 www.feel-good.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