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등 하락…한국, 중남미쪽 수출 타격 우려
2003년 사스 유행 아태지역서만 400억달러 손실
세계은행, 작년 “인플루엔자 확대땐 3조달러 피해”
2003년 사스 유행 아태지역서만 400억달러 손실
세계은행, 작년 “인플루엔자 확대땐 3조달러 피해”
멕시코에서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돼지인플루엔자가 금융위기에 시달리는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불안심리가 번지면서 27~28일 세계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225지수가 2.67%, 서울 증시의 코스피지수가 2.95%나 떨어졌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100’ 지수를 비롯한 독일과 프랑스의 증시가 2% 넘게 하락했다. 앞서 27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0.64% 떨어진 데 이어, 28일에도 내림세로 출발했다.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멕시코는 경제적 타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현지 코트라 무역관 등을 통해 파악한 바를 보면, 멕시코는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의 야간영업을 금지한 것만으로 67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러시아·중국 등은 멕시코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했고, 유럽연합(EU) 등은 멕시코 여행을 삼가도록 권고했다. 27일 멕시코 증시의 볼사지수는 3.3% 떨어졌고, 달러화에 견줘 페소화 가치는 4.1%나 폭락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멕시코 경제에 주름이 더욱 깊게 패고 있다.
돼지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미국에선 여행·항공업계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최대 숙박업체인 호스트호텔앤리조트와 항공사인 델타에어라인의 주가가 27일 15%, 14%씩 빠졌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선 돼지와 가축 사료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으로 7월 인도분 콩과 옥수수, 밀 가격이 27일 1.3~4.1% 하락했다. 브와야저자산관리사의 라이언 라슨 선임 자산거래인은 <에이피>(AP) 통신에 “패닉 분위기로 가기엔 아직 조금 이르다”며 “하지만 면밀히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임엔 틀림없다”고 말했다. 통신은 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빌려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만 약 500억달러(약 6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돼지인플루엔자가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생산과 교역, 국가간 투자가 위축돼 경제적 피해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은행은 인플루엔자가 세계로 퍼지면 최악의 경우 3조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을 지난해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03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해 세계 25개국으로 퍼져 77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약 400억달러의 손실을 끼쳤다. 당시 홍콩과 베이징, 캐나다 토론토를 찾는 여행객은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은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나라들에 대한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은 멕시코에 전기·전자제품과 승용차를 중심으로 91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특히 중남미 수출을 위한 현지 생산법인을 멕시코에 두고 있는 기업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돼지인플루엔자가 세계 각국으로 계속 확산된다면, 수출 차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류이근 정남구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