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정부 백신구매도 지연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로 다른 백신의 수요도 덩달아 치솟고 잇는 가운데 제약사들이 계절독감 백신 가격을 지난해에 비해 50~100% 가격을 올려 '폭리'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백신 구매도 지연되고 있다.
4일 질병관리본부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계절독감 백신의 민간 병의원 공급가격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또 정부 납품도 정부와 제약사와 협의 결과 지난해에 비해 50%가 인상된 가격으로 잠정 결정됐다.
백신기업들이 1년만에 가격을 크게 올린 것은 신종인플루엔자 여파로 비슷한 다른 질환이나 합병증에 대한 백신 수요도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겨울철에 계절독감에 걸리더라도 신종인플루엔자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계절독감도 확실히 예방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수요가 높아진 반면 공급량은 27%가량 감소한 것도 백신값을 올리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약 400만개가 적은 1천100만개의 계절독감 백신이 국내에 공급된다.
계절독감 백신 가격 급등으로 보건당국의 백신 확보 비용이 크게 높아지고 민간 병의원에서 백신을 맞으려는 국민들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신종플루 확산을 눈앞에 두고 백신값을 크게 올린 제약사들은 전염병 '위기'를 돈벌이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제약사들과 가격협상을 벌이느라 조달계약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계절인플루엔자와 신종인플루엔자 백신을 모두 접종해야 하는 올해 계절독감 백신 접종을 10월까지 모두 마치려고 한 정부의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계절독감 백신값이 높아져 조달가격에 합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계절독감 백신은 신종인플루엔자 예방효과가 없고 거꾸로 신종플루 백신도 계절독감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계절독감 백신이라도 맞으면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오해라는 것.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계절독감 백신이 평소에 비해 적게 공급된 만큼 노인 등 고위험군에 우선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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