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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플루 불신’ 삭막해진 일상

등록 2009-11-02 08:22

재채기에 눈총 빗발…가족 걸려도 출근 막아




‘신종 플루’의 유행으로 대인관계가 ‘삭막’해지고 있다.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는 사람이 늘고,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서로 눈치를 살피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요즘은 일선 초·중·고교 휴업 쪽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기업체 등 일터에서도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직원 중 신종 플루 환자가 생기면 팀 전체가 쉬도록 하거나, 본인이 멀쩡해도 가족 중 한 사람이 걸리면 아예 회사에 나오지 못하도록 한다.

특히 회사에서 재채기를 했다가는 공연히 민망해진다. 회사원 윤혜지(25·서울 구로구 개봉동)씨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침이 나오는데 괜한 오해를 살까봐 꾹 참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길재(42·경기 의정부시)씨는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동료들이 농담조로 ‘가까이 오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버스·지하철 안이나, 공공장소에서는 더욱 예민해진다. 회사원 김아무개(29·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마주 서 있는 사람이 입을 벌리고 있으면, 속으로 ‘제발 입 좀 다물었으면 …’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대학생 이영락(23)씨는 “예전엔 피시방에 종종 갔는데 그곳도 중고생들이 많이 몰리니까 신경 쓰여 요즘엔 그냥 집에서 컴퓨터를 한다”고 했다.

술자리에서 잔 돌리는 일이 뜸해진 것은 이미 오래고, 아예 외출을 삼가고 모든 것을 집 안에서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이아무개(32·경남 창원)씨는 최근 직장 동료와의 모임을 자신의 집에서 치렀다. 이씨는 “밖에서 불안하게 술을 마시느니 차라리 집에서 편안히 마시는 게 낫겠다 싶었다”며 “동료들에겐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발을 씻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점점 위축되다보니 공연계와 여행업계 등 문화·여가 산업 쪽이 입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술집·비디오방 등 일반 자영업자들도 “신종 플루 때문에 손님이 준다”고 울상이다. 박민희 ㅍ공연기획사 대표는 “신종 플루 때문에 공연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며 “문화·여가 분야는 사람들의 심리적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다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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