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트 연구팀 밝혀
커피나 녹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일부 뇌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내 연구진이 내놓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신경과학센터의 이창준(44) 박사 연구팀은 1일 카페인이 악성 뇌종양인 신경교아세포종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신경교아세포종은 진단 뒤 1~2년 안에 대부분의 환자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암으로, 전체 뇌암 환자의 40~45%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이 암세포가 외부 자극을 받아 칼슘이 증가하면 크기가 작아지고 활동이 민첩해져 뇌의 다른 곳으로 침투하기가 쉬워지는 성질에 주목했다. 세포 안에서는 ‘아이피3아르’(IP3R)라는 수용체 단백질이 외부 신호를 받아들여 칼슘을 늘리는데, 카페인이 이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점을 연구팀이 밝혀냈다는 것이다. 카페인은 커피 등 식물에 들어 있는 유기화합물로, 소량 섭취하면 각성 작용을 하지만 과다 복용하면 심장병·위궤양·수전증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경상대 의대 강상수(45) 교수에게 의뢰한 동물 실험에서도 카페인을 섭취한 누드마우스들은 뇌암 세포 전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생존율도 2배 정도 늘었다. 실험용 쥐들이 섭취한 카페인의 농도는 커피 2~5잔에 들어 있는 것과 맞먹는다. 이런 결과를 담은 연구팀의 논문은 암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 <캔서 리서치> 1일치(미국 현지시각)에 실렸다.
이창준 박사는 “카페인이 악성 뇌종양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는 원리를 밝혀 뇌암의 치료성 약물 개발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서울대 의대 연구팀과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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