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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지능, 유전자 반 환경 반

등록 2005-06-14 17:09

아이의 지능은 자라온 환경같은 후천적인 영향이 큰지, 아니면 타고나는 것인지에 대해 부모들은 늘 궁금해 한다. 많은 교육 상품들은 후천적인 자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일부 부모는 교육 환경이 열악했던 예전에도 뛰어난 천재가 탄생한 적이 있음을 들어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 모두 비슷한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좋지 않은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평균 지능지수는 92점인데 비해,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부모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평균 지능지수는 그보다 28점 더 높은 120점이었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104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108점이었다. 결국 아이의 지능지수에는 선천적인 측면이 16점, 양육 환경이 12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연구도 있다.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란 100쌍을 골라 지능지수를 재 본 결과 72%가 비슷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똑같으므로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다른 환경에서 자랐을 때 지능지수가 변화할 수 있는 폭이 28%가량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도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결과다.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난한 집 아이 50명을 뽑아 유아기부터 만 5살까지 일주일에 40시간 정도 학습능력 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결과는 무척 흥미롭다. 세 살에 측정한 결과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지능지수가 15점가량 높았다. 그러나 5살에 다시 측정해보자 격차는 7점 정도로 줄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격차는 5점으로 줄어들었다. 이 결과는 어릴 때 시행한 프로그램이 상당한 정도의 지능지수 차이를 만들지만 최종적인 지능에는 역시 유전적인 요소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5점은 결코 적은 차이는 아니다.

요즘 ‘있는 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옛 이야기라는 것이다. 일정 정도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평등한 기회도 주지 않고, 이후 사회에서의 성공 여부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아이들에 대해 배움의 기회는 균등하게 주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soli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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