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가 재밌어졌다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 새벽 중계방송 보느라 눈이 퀭해져 나타나서도 마냥 신이 나는 듯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축구 천재라는 찬사에 걸맞게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는 박주영 선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특히 기독교 신자임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기도’ 골 세리머니는 큰 관심사다.
이 기도의 힘으로 불치의 병도 나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 때 기도란 특정 종교의 의례가 아니라 어느 종교에서나 있게 마련인 종교적 명상이다. 또 감사의 표현이나 도움을 청하는 것. 이건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신적인 소통방식을 두루 일컫는 것으로 봐도 좋다.
그렇다면 정말 기도에는 질병 치유력이 있을까? 실제 종교적 믿음이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연구사례는 무척 많다. 지난 삼십여 년 동안 기도의 치유 능력을 연구한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자는 명상을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엠아르아이(MRI)로 촬영해 보여줬다. 이를 보면 기도할 때처럼 정신 집중이 잘 돼 있으면 뇌의 두정엽과 변연계가 활발해져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감정 상태도 편안해진다고 한다. 두정엽은 감각 및 인식 능력을, 변연계는 심장 박동 및 대사 작용을 제어하는 뇌의 영역이다.
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연구된 바를 봐도 종교가 있는 사람이 더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대개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음주, 흡연, 음주운전 등을 덜 한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단체 사교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사회적, 정서적 연결 고리를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여겨진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로 보면,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 가운데 교회에 전혀 가지 않는 환자는 정기적으로 가는 사람에 비해 평균 입원기간이 3배 길었다고 한다. 심장병 수술을 받은 뒤에 사망한 경우를 조사해보니 종교가 없는 환자가 종교를 가진 환자에 비해 14배나 사망률이 높았다는 보고도 있다. 신앙이 없는 노인들이 신앙 활동을 하는 노인들에 비해 뇌졸중 발생이 2배나 높게 나타났는가 하면, 종교를 믿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이 적고, 우울증에 걸려도 회복 속도가 빨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정기적으로 종교행사에 참석하거나 신앙심을 나타내는 사람에게는 기도가 혈압을 낮추거나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줄여주고 궁극적으로 생명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의학적 치료와 같이 하면 기도는 더욱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기도가 완전히 의학적 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최선의 치료와 종교적 정신력이 결합하면 기적의 손길도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 www.enh21.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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