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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건강보험 무너뜨릴 영리병원 설립안돼”

등록 2011-09-16 20:14수정 2011-09-16 21:48

정형근(66)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정형근(66)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인터뷰/16일 퇴임한 정형근 건보공단 전 이사장
“부자만 혜택…고수익 주장도 현실성 없어” 비판
공공의료 대폭 확대·총액계약제 필요성 등 강조
“질병으로 고통받는 데는 좌우가 따로 없습니다. 적어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시급한 과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크게 높이고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일이지,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영리병원 설립이 아닙니다.”

정형근(66·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6일 퇴임식 직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와 여당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이날로 3년 임기를 마친 정 이사장은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된 뒤 83년부터 95년까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국장 등으로 일했다. 검찰과 안기부에선 ‘공안검사’로 이름을 떨쳤으며, 한나라당 의원 시절에도 강경보수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건보공단 이사장이 된 뒤에는 영리병원 반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의료 공공성 강화’에 대한 소신을 수시로 밝혀왔다.

정 이사장은 제주도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도록 특혜를 주려는 정부 방침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율은 전체의 약 10%로, 그 비율이 80~100%인 유럽 주요 나라는 물론 선진국 가운데 가장 민간의료 중심인 미국의 30%에도 크게 뒤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그나마 국민 건강을 보장하고 있는 건강보험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또 영리병원이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주장도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리병원 찬성론자들이 예로 드는 타이는 관광자원 덕분에 수십만명의 외국인이 5~6달씩 머물기 때문에 이들이 주로 찾는 영리병원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공공의료 비중을 최소 50%, 많게는 70~80%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서는 꼬일 대로 꼬인 보건의료 문제를 풀기가 요원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급속한 노령화로 건강보험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현 제도로는 건강보험이 항상 재정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건강보험이 있는 거의 모든 나라가 채택한 총액계약제(건보 재정 지출을 미리 의료계와 계약을 통해 정하는 제도)를 실시해야 하는데 의료계 반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3년간의 성과로, △소득·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보험료를 더 물려 형평성을 높인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의 통합 징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안착 등을 들었다. 하지만 “건강공단이 건강보험 정책도 만들고 진료의 질을 높이는 각종 제도의 시행을 주도하는 등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신임 이사장과 관련해서는 더는 ‘퇴물 정치인’의 자리 보전 차원으로 임용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저도 ‘퇴물’로 이 자리에 앉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건 매우 좋지 않은 관행입니다. 앞으로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하고 의욕적인 사람이 와야 합니다.”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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