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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유전자 검사 남용 정부서 제동 건다

등록 2011-11-09 21:20수정 2011-11-09 23:18

국내 검사기관 186곳 난립
비만·알코올 등 위법 사례도
복지부 “가이드라인 마련”
술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30대 회사원 ㄱ씨는 2005년 유전자검사 결과 보고서를 받아보고 쾌재를 불렀다. ALDH2 유전자에 의한 알코올 분해 관련 검사 결과를 확인하니, 자신의 ‘알코올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에 약한 체질은 ‘내 탓’이 아닌 ‘조상 탓’이라고 일찌감치 결론내렸다.

그러나 이 검사는 지금 법령상 금지됐다. 약간의 가능성은 있지만 인과관계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보건당국의 판단 때문이었다. 2007년 10월 정부는 비과학적·비윤리적 유전자검사가 남용되고 있다고 보고 생명윤리법 시행령을 통해 19개의 유전자검사를 제한했다. 이때 금지된 유전자검사 항목은 ‘키(PHOG/SHOX), 알코올 분해(ALDH2), 비만(UCP-1, Leptin, PPAR-gamma, ADRB3), 장수(Mt5178A), 지능(IGF2R, CALL), 체력(ACE), 폭력성(SLC6A4), 호기심(DR2, DR4) 유전자’ 등이다.

2011년 7월 현재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유전자검사 업체는 모두 186개(의료기관 98개, 비의료기관 88개)에 이른다. ‘재미로 보는’ 유전자검사도 여전하다. 지난 7월엔 케이블방송에서 한 아이돌 여가수가 유전자검사를 하고 ‘비만 성향 유전자’를 가졌다는 결과를 받았다. 또다른 여가수는 ‘알코올 갈망 유전자’를 지녀 ‘주당 인증’을 받았다. 해명을 요구하는 복지부에, 해당 검사기관은 알코올 갈망의 경우 ALDH2가 아니라 ORPM1 유전자를 검사하는 등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다른 유전자를 검사했다고 소명자료를 냈다. 복지부도 이에 적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사례는 9일 오후 복지부와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이 삼성서울병원 본관 대강당에서 연 ‘유전자검사 관련 가이드라인 개발’ 공청회에서도 보고되었다.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아 교수는 주제발표문을 통해 “다른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도 현재의 금지규정에 준해 분류·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4만여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간 유전자 수와 검사기술 발달 속도를 고려할 때 19개만 규정하는 현재 규제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검증체계 구축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검사기관에 대한 권장기준을 제시한 유화진 변호사는 “신고만 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검사기관을 설립하고 유전자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유전자검사기관의 진입장벽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기관의 숙련도 평가, 검사자 교육 등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검사에 대한 자율적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과학적·윤리적으로 자제해야 할 유전자검사와 검사기관이 갖춰야 할 최소 권장기준 등 의료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준수해야 할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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