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안하면 문제없다” 해명에도 해소 안돼
방향제·살충제 등 공산품은 감독 사각지대
방향제·살충제 등 공산품은 감독 사각지대
13개월짜리 아들을 둔 주부 나진주(35·서울 성북구 정릉동)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아직 버리지 않았다. 그는 “판매회사 앞에 갖고 가 데모라도 할 생각”이라며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더욱이 요즘엔 손소독제의 안전성 여부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2년 전 임산부와 영유아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신종 인플루엔자 탓에 항균 손소독제를 자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손소독제에 들어간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 4~5월 임산부 등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 미상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부들 사이에서 물티슈·손소독제·탈취제·방향제 등 생활용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로 흡입됐을 때 건강에 유해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감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14일 “개별 생활용품들이 안전한지 유해한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물티슈나 손소독제의 경우 정해진 사용법과 용량을 지킨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장실이나 자동차 안 등 밀폐된 공간에서 분사형 방향제 등을 쓸 때는 한층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선 유해 물질을 흡입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환경연대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11개 제품의 방향제를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독성 물질인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팀장은 “향기 제품에 프탈레이트가 많이 들어 있다”며 “방향제는 생활 속에서 줄일 수 있으므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수거명령을 내린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 포스페이트’와 ‘올리고 에톡시에틸 구아니디움 클로라이드’는 곰팡이 제거제와 식기 세척제에 주로 들어가는 물질이다. 문제는 이 성분들이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폐질환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흡입이 가능한 제품의 독성 여부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점검을 하고 사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방향제는 대부분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니라,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손소독제나 물티슈는 용도에 맞게, 남용되지 않는 범위에서 쓰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안전성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분사형 방향제나 방충·살균 스프레이 등은 폐 속 깊숙이 침투해 흡입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생활용품 안전 관리의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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