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주동아리 ‘쏘쿨이’ 회원이 지난 5월 충남 아산 순천향대 축제 기간에 한 여학생의 음주 측정을 해주고 있다. 쏘쿨이 제공
사람과 풍경 ‘절주동아리 대회’ 특별부문 대상 받은 순천향대 ‘쏘쿨이’
민담 각색·방범 활동 등
작년 이어 다양한 활동
“술잔 줄이고 건강 높여요”
민담 각색·방범 활동 등
작년 이어 다양한 활동
“술잔 줄이고 건강 높여요”
충남 아산 순천향대(총장 손풍삼)에는 ‘신판 별주부전’이 있다. 토끼가 용궁에 끌려갔는데 정작 간이 술에 찌들어 용왕의 약으로 쓸 수 없는 탓에 풀려났다는 것이다. 구사일생 뒤 개과천선한 토끼는 이후 건강한 간을 되찾게 되었으니,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절주’라는 이야기다.
“술잔은 줄이고, 건강은 높이고”를 외치며 절주운동을 벌이는 순천향대 동아리 ‘쏘쿨이’ 회원들이 각색한 만화 ‘토담’의 줄거리다. 쏘쿨이는 ‘소주와 쿨하게 이별하는 방법’의 준말로, 이 대학 보건행정경영학과 학생들이 2009년 12월 결성한 절주 동아리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4회 전국 대학 절주 동아리 종합실적 평가대회’에서 60개 동아리 가운데 특별활동 부문 대상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는 보건복지부가 학생들의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2007년부터 열어왔다.
절주를 앞세운 쏘쿨이의 거침없는 질주 비결은 아이디어다. 신판 별주부전을 만든 것도 학우들의 냉담한 반응을 따뜻하게 녹이려는 의도에서다. 새내기들에게 절주 특강을 하고, 지난 4월7일(보건의 날)엔 절주 골든벨 행사를 했다. 경찰과 대학 근처에서 방범활동을 함께 하며 절주 권유도 잊지 않았다. 지난 5월 대학축제 때는 절주 선언식까지 마련했다. 이런 활동을 ‘쏘쿨이 연보’에 고스란히 담아 홍보지로 쓰고 있다.
지난해 쏘쿨이 1기도 활약이 눈부셨다. <문화방송> 연예프로그램 ‘우결’(우리 결혼했어요)을 빗댄 ‘우절’(우리 절주했어요)을 표어 삼아 방송사 노래자랑에 술병 차림으로 나섰고,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해 절주를 목청껏 외쳤다. 대학 주변 술집과 음식점을 일일이 다니며 절주잔과 포스터 나눠주는 일도 부지런히 했다.(<한겨레> 2010년 11월25일치 21면)
쏘쿨이 회원 15명은 ‘3·3·3 캠페인’을 기필코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다. 술은 3시간 이내로 마시고, 상대에게는 3차례 이상 술을 권하지 않으며, 달마다 3일은 절주하는 날로 정해 꼭 지키자는 게 3·3·3 캠페인이다. 다른 학과 학생들을 회원으로 영입하는 일도 과제다. 함명일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시행방안을 만들어 절주 캠페인을 벌였다는 점에서 졸업 후 국가정책뿐 아니라 보건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현장에서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장인 황은지(21·보건행정경영학과 3년)씨는 8일 “‘내가 마시는데 왜 기분 나쁘게 절주를 얘기하느냐’는 시큰둥한 반응에 회원들과 아이디어를 모았고 정신없이 1년을 지냈다”며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지만 절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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